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신기한 설치작품으로 현대 사회와 소비문화에 대한 풍자적인 묘사를 선보인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 의 레스토랑 설치작품 ‘더 클라우드’가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전시된 모습. 문소영 기자 미술관 전시장 안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이 꾸며져 있고 손님이 한 명 앉아있다. 긴 생머리에 검은 원피스 드레스를 입은 전형적인 ‘세련된 여성’인 그녀는 한 남성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남성은 친구들 뒷담화며 최근의 소비 같은 우리 시대의 전형적인 잡담을 늘어놓고 있다. 여성은 사실 극사실주의 조각이며 레스토랑 은 설치작품 이다.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2월 23일까지 열리는 세계적인 미술가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 의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 ‘ Spaces ( 공간들 )’의 일환이다. 레스토랑 뒤에는 또 다른 실물 크기 설치 작품 ‘주방’이 있는데, 그 안에서는 황당하게도 흰 실험복을 입은 연구원들(이들도 조각작품이다)이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때 고급 레스토랑 들을 지배하던 ‘분자 요리’를 연상시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오늘날 고메 음식이라는 걸 보면 점점 더 과학 실험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또 가격이 더 비쌀수록 음식 크기는 더 줄어드는 것 같아요.” 작가 듀오 중에서 지난 주 한국을 다시 찾은 마이클 엘름그린은 20일 열린 전시 투어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게다가 사람들이 레스토랑에 먹으러 가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폰을 들고 가는 게 더 중요하죠.” 한편 주방 여기저기에는 달걀과 좀더 큰 알들이 있는데, 새 둥지도 하나 놓여 있고 그 안에 ‘새가 되는 법’이라는 작은 책이 놓여있다. “별 걸 다 자기계발서에 의존하는 요즘 세상에 아기 새도 날기 위해 자기계발서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엘름그린은 설명했다. 이처럼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전시는 현대사회의 제도와 일상에 대한 섬세한 반추와 유머로 가득하다. 그러한 사유가 실물 크기에 버금가게 만들어진 집, 수영장, 레스토랑 및 그 주방 등에 걸쳐 펼쳐진다. 공간들이 마치 꿈 속에서 두서없이 장면 전환이 되듯 펼쳐지는데, 이는 “우리가 소셜미디어에서 참상의 장면을 보았다가 귀여운 동물 이미지를 보았다가 하는 것처럼 불연속적”이라고 엘름그린은 설명했다. 전시에는 소비사회에 대한 암시와 블랙 유머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과 관련한 시적인 노스탤지어도 담겨 있는데 특히 ‘수영장’ 공간에서 두드러진다. 이곳에는 작가의 말대로 “95%의 관람객이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작은 구멍 한 개가 벽에 나 있는데 그 구멍을 통해 보름달을 볼 수 있다. 1995년부터 30년간 듀오로 활동해온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공간을 활용한 건축적 작업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미국 텍사스 마파의 사막 한복판에 럭셔리 패션 브랜드 프라다의 가상 매장을 세운 ‘프라다 마파’(2005)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또한 2011년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비어있는 받침대에 영웅적인 기마상 대신 목마 탄 소년상을 세워 전쟁기념비를 풍자한 ‘무력한 구조물 Fig. 101’과 2016년 뉴욕 록펠러 센터 앞에 수직으로 세운 대형 수영장 ‘반 고흐의 귀’ 등이 대표작이다. ‘반 고흐의 귀’의 작은 버전들이 이번 전시에 나와있기도 하다. 이들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로 ‘공간’ ‘건축’ ‘시적인 간결함과 여백’ ‘덤덤한 유머’ 등이 꼽히는데, 1961년 덴마크에서 태어난 엘름그린은 본래 시인이었고 1969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잉가 드라그셋은 본래 연극을 전공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엘름그린은 예전 인터뷰에서 “우리의 초기 작업은 퍼포먼스였고 퍼포먼스를 할 때는 장소의 건축적·공간적 특징을 잘 알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전시의 또다른 재미는 미술사의 거장들에 대한 언급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무제(주방)’의 찬장에는 미국 ‘팝아트 제왕’ 앤디 워홀의 대표작을 연상시키는 캠벨 수프 깡통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또 ‘그림자 집’의 작업실에는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연인들’을 연상시키는 조각 두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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