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 초기 시대의 작가들이 사진을 통해 현실을 담고, 이를 그림으로 옮긴 작품들을 소개하는 '서울 오후 3시' 전시회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디지털 카메라가 일상화된 첫 시기의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요즘에야 스마트폰이 곧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지만, 2000년대만 해도 디지털카메라가 일상의 순간을 편리하게 기록하는 ‘신문물’이었다. 이목하 같은 MZ 세대 작가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그림으로 옮겨 그리듯, 2000년대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캔버스로 옮겨 그리는 작가들이 있었다.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오후 3시’에서는 디지털카메라가 일상화된 첫 시기, 사진과 그림 사이에서 ‘회화의 가능성’을 시험했던 2000년대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강석호, 김수영, 노충현 박주욱, 박진아, 서동욱, 이광호, 이문주, 이제 등 9명 작가의 그림 5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명 ‘오후 3시’는 현실 안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과도기적 시간대를 의미한다. 90년대 민중미술과 사진을 재현한 극사실주의와는 다른 태도로 사진을 통해 현실을 담고, 이를 그림으로 옮긴 작가들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은주 독립 큐레이터는 “전시 작가들은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한 첫 세대로, 그림의 대상이 현실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카메라의 눈을 통해 현실의 치열함으로부터 중립적 거리를 만들고 정확한 재현 대신 개인의 감수성을 반영했다”라고 말했다.당시 막 대중화된 디지털카메라의 매체적 특성을 캔버스로 옮겨온 작업이 보인다. 박진아 작가는 4컷의 연속장면이 찍히는 로모카메라로 일상의 순간을 기록했다. 요즘 즐겨 찍는 ‘인생네컷’은 네 장의 사진에 서로 다른 표정과 몸짓을 극적으로 담아내지만, 박진아는 한강 공원의 풍경, 김밥을 먹는 동료들의 모습 등 일상의 평범하고 조용한 순간을 로모카메라의 4분할 화면에 담아 캔버스로 옮겼다.
서동욱 작가는 주유소 등 인공조명을 이용하거나, 카메라 플래시를 강하게 터뜨린 인위적인 인물 사진을 선보인다. 작가의 지인을 그린 ‘SY’에서 무미건조하게 앞을 바라보는 인물은 반항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플래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연약한 느낌도 준다. 서동욱은 “플래시 섬광의 차가움은 대상과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하고, 사진의 시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2000년대 작가들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담은 민중미술의 전통에서도 한발 거리를 뒀지만, 현실 문제를 변주해 캔버스에 담아냈다. 이문주 작가는 ‘유람선’에서 금호동 철거 장면과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중첩시켜 크루즈 관광객과 재개발 장면을 하나의 장면으로 이어 그렸다. 시간대와 장소가 다른 장면들이 하나로 연결되며 재개발로 폐허가 된 동네와 관광산업의 관계 등을 보여준다.김수영 작가가 서울 시내의 모더니즘 건축물을 찍은 뒤 이를 그림으로 옮긴 그림은 마치 기하학적 추상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수영은 한국의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김수근의 건축물을 그림으로 옮겼다. 구 한국일보 사옥이나 동부화재 건물을 그린 그림에서 창문의 반복되는 모듈 구조와 빛에 따른 명암의 변화가 화면에 비례와 리듬감을 만들어낸다.전시장에선 작가들이 그림으로 그린 사진의 원본도 함께 볼 수 있어 사진과 그림 ‘사이’를 탐구한 작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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