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자체에 대한 비판 넘어그 부당성이 정치 성향 때문이라고함부로 추단해 비난할 일은 아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박병곤 판사가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죄와 권양숙 여사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피고사건에서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자, 일부 언론은 판사의 정치 성향이 형량에 노골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어느 법조인의 주장 등을 보도하며 비판적 입장을 내보였다. 한 시민단체는 박 판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국가공무원법 위반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주장들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된다. 즉 ‘㉠정 의원에 대한 형량은 과중하다 ㉡따라서 이 판결은 판사의 개인적 정치 성향이 반영된 결과이며 공정하지 않다 ㉢박 판사가 과거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그런 정치 성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타당한가.대법원이 2023년 발간한 ‘양형기준’이라는 책자에 따르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기본형량의 범위는 일반의 경우 4개월~1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 6개월~1년4개월로 되어 있다.
사법관이 정치적으로 중립되어야 한다는 언명의 의미는 무엇인가? 얼핏 희한하다 싶을지 몰라도, 헌법이나 법률에 “사법관은 재판에서 정치적으로 중립하여야 한다”라고 한 명문의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거나, 정치인이 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하지 말라거나,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거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하지 말고 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 반대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되어 있을 뿐이다. 이렇게 위에서 말한 명문 규정이 없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사법관의 정치적 중립이란 개념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확정할 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의 판결은 어차피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때 당신의 판결은 정치적으로 중립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명문의 법규정에 어긋난다고 비난한다면, 도대체 무슨 말로 그런 비난을 막아낼 것인가. 모든 판사는 각자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정치 성향 또한 세계관의 일부다. 그 세계관은 판결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언론이 새 대법원장의 임명을 앞두고 도표까지 그려가며 현 대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들의 성향을 ‘보수’와 ‘중도’와 ‘진보’로 분류하는 현실을 보라. 결론의 유불리에 따라 판결이 편향되어 있다고 말하기 일쑤인 오늘날의 정치현실에서 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개념은 진영논리의 허구적 외피로 이용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판결 자체에 대한 비판을 넘어, 그 부당성이 정치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함부로 추단하여 비난할 일은 아니다. 판사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법규정에 정면으로 반하거나 객관적 기준 또는 자기의 종전 기준을 현저하게 일탈한 판결을 한 것이 아닌 한 그렇다. 더욱이 판결의 의도적 부당성은 판결문만으로 단정짓기 어렵다. 기록 및 변론과 일일이 대조하지 않는 한, 심지어 그렇게 대조해보더라도, 판결의 결론과 판사의 개인적 성향 사이에서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법률사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다.
문제는 판사가 직무 외에서 자기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일이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판사가 SNS상에서 정치적 쟁점에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에 대해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함’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런 외관은 판결의 결론이 판사의 정치적 ‘편향’에 따라 의도적으로 작출된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빌미가 된다. 다시 한번 ‘재판은 정의로워야 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이제는 법언에 가깝게 된 언명을 무겁게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외관은 실체만큼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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