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를 위한 지혜, 유현석공익소송기금(19)] 청각장애인 공무원 시험 불합격 취소 사건
2020년 11월 18일 수원고등법원은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면접위원이 가지는 재량권의 한계를 확인하는 중요한 판결을 했다. 수원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경기도 A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면접위원이 청각장애인 응시자에게 의사소통 방식을 묻는 등 장애 관련 질문을 하고 '미흡' 등급을 부여해 탈락시킨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하면서, 원고 B씨에 대한 불합격처분을 취소했다. 면접위원의 장애 관련 질문을 재량권 일탈로 판단한 판결은 처음이었다. 또한 수원고등법원은 1심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던 절차적 문제점도 세심하게 살피고 위법성을 인정했다.사건 내용에 앞서 공무원 임용시험이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용 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심각하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29.5%로, 전체 인구 고용률 60.4%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마저도 장애 정도나 성별 등에 따라 격차가 크다.
더 나아가 면접위원이 응시자의 업무 능력이 아니라 장애나 성별 등에 대하여 질문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공공기관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이 다리에 장애가 있는 응시자에게"축구는 할 수 있나요?"라고 묻거나, 임기제공무원 면접시험에서 여성 응시자에게"결혼을 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떨까? 인사혁신처가 실시하는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경력채용시험에서는 면접시험 전에 면접위원 교육을 실시한다. 장애인식개선 교육 강사 자격이 있거나 면접위원 참여 경험이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종사자가 면접위원을 교육한다. 교육 내용에는 기본적인 장애 유형 및 특성에 대한 안내와 함께,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사용자의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에 대한 개괄적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앞서 본 수원고등법원 판결의 원고 B씨는 구어를 사용하는 중증 청각장애인이다. 구어는 상대방의 입모양을 통해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자신도 음성언어로 말하는 의사소통방식이다. 국립국어원의 에 따르면, 주된 의사소통 방식이 수어인 청각장애인은 54.2%, 그 외의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은 45.8%로 나타난다. 수어 외에도 구어, 보청기, 필담 또는 손짓이나 몸짓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최초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들은 B씨에게 '집·학교에서의 소통 방법',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동료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을 어떻게 응대할 것인지',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을 질문했다. 그리고 면접위원들은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을 '하'로 평가했고, 이에 따라 B씨는 '미흡' 등급을 받았다. 추가 면접시험의 면접위원들도 같은 항목을 '하'로 평가하여 '미흡' 등급을 부여했다. B씨는 최종 탈락했다. 1심 법원은 B씨의 어머니가 신청한 편의가 대부분 제공되었으므로 B씨가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고, A시가 면접위원에게"수화 불가능","대화 및 수화불가능"이라고 사전 고지한 것만으로는 면접위원들에게 부당한 선입견을 심어주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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