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일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 “현행 주임법 깜깜이 공시”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구로구에 거주 중 1억 2천여 만원의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스무 살 청년이 발언 도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서울 신촌과 구로, 경기 병점에서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97명의 세입자가 임대인 최씨 일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으며 총 피해액은 100억원 대 규모다. 2024.6.23. ⓒ뉴스1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1981년 제정됐다. 주임법에 따르면 임대차는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세입자가 주택의 점유와 주민등록을 마치면 그 다음날부터 대항력을 가진다. 김 교수는 “전세사기가 터지니까 정부가 그제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임시방편으로 임대인이 동의하면 한정적인 상황에서 주민등록을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대항력 발생시점이 전입신고일 다음날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주택에 대한 점유 및 주민등록을 마친 때와 제3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나 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진 때 사이의 선후를 증명할 수 없거나, 같은 순위인 경우의 어려움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대항력이 전입신고 다음 날 발생하는 점을 악용해 주택 점유 당일 집주인이 세입자 모르게 대출을 받거나 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다”고 했다.주택임대차등기를 의무화해야 하는 근거로는 임대차 권리관계의 변동이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등기부에 부동산에 대한 권리관계를 명확히 공시해 일반인들의 거래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며 “그래야 세입자들이 등기를 통해 전세사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예측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법무·중개·대출·보증·감정평가 등을 하나로 연계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빌라나 다가구 할 것 없이 보다 정확한 보증금 정보가 공시를 통해 쌓이는 것”이라며 “등기 의무화 도입 초기엔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더라도 3년 정도만 데이터를 쌓으면 인근의 전세 보증금 시세를 파악해 어떤 주택이든 그 가치를 손쉽게 역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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