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태영호의 4.3 발언, 사료로 검증했습니다 SBS뉴스
지난주, 때 아닌 제주 4.3 사건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인 태영호 의원이 지난 12일 제주를 방문해"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한 게 그 시작이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김대중 정권 당시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구성되고 2003년 진상조사 보고서까지 나왔지만, 의혹 제기와 이에 대한 팩트체크가 수십년째 쳇바퀴처럼 반복돼 왔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 1948년 5월, 제주도 서중산간지대로 피신한 어린이들. 미국립문서록관리청 소장.제주 4.3 사건의 시작은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남조선로동당을 주축으로 한 무장대가 제주도 경찰서 12곳과 우익 인사의 집을 일제히 습격했던 게 시작이었습니다. 이 일로 경찰 4명과 우익 인사 8명, 무장대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후 극우 무장 단체인 서북청년단이 무고한 민간인을 좌익으로 몰아 무자비한 학살을 감행했습니다. 학살은 1954년 9월까지 계속됐습니다. 진상 보고서를 보면 1만 248명이 사망했고 3,578명이 실종됐습니다. 이 과정에는 이승만 정부와 미 군정이 직접적으로 개입돼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8년 3월, 4.3 사건 70주년을 앞두고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 전 대통령의 CNN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SBS 사실은팀 역시 당시 발언에 대해 팩트체크를 한 적이 있습니다.분명한 것은 제주 4.3 사건이 1948년 4월 3일에 발생했던 무장 봉기 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이후 벌어진, 공권력에 의해 행해진 민간인 학살 전체를 의미합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역사적 사실을 기술한 것에 불과하며, 이후 후세의 정치인들에 의해 취지에 맞지 않게 특정 부분만 발췌, 왜곡돼 소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태 의원의 핵심 주장은"4·3 사건이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주 4·3사건은 남로당 중앙당의 직접 지시가 있었고, 당시 남로당의 지휘권은 김일성에게 있었다며 그 근거를 댔습니다.
물론, 남로당 중앙당 지령설을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근거가 없는 건 아닙니다. 1982년 『주체의 기치 따라 나아가는 남조선 인민들의 투쟁』, 1996년 펴낸 『김일성 저작집 4권』, 2000년 『조선대백과사전 제20권』에서 제주 4.3 사건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나아가 태영호 의원은 2003년 1월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한나의 메아리'를 제시했습니다. 한나의 메아리는 제주 4.3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태 의원은"김일성은 남로당의 무장 폭동을 잘 다루어주지 않았는데, 제주 4.3 사건 만은 다부작 드라마 '한나의 메아리'를 만들어 김 씨 일가에 대한 충실성 교양에까지 이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하지만, 위의 근거는 4.3 사건 직후 만들어진 '팩트' 중심의 자료들이 아니라, 주로 20세기 후반 북한 내에서 만들어진 '해석'과 관련된 자료들입니다.
김달삼의 이후 행적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달삼은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무장 투쟁을 일으킨 뒤, 무책임하게 8월 2일 배로 제주도를 탈출해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에 반발해 열린 8월 21일 해주의 '남조선인민대표자 대회'에 참석, 대의원으로 선출됩니다. 결국, 남로당의 무장 투쟁 가운데, 김일성이 유독 4.3 사건과 김달삼을 추앙했다는 태영호 의원의 주장은 보다 정밀한 사료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태 의원이 제시하고 있는 '한나의 메아리'나 '김달삼의 가묘'는, 김일성 정권이 1980년대 이후 자신들의 업적을 홍보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정황 증거일 뿐, 김일성 정권이 4.3 사건 발생 당시부터 유별나게 대접하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수많은 폭동과 진압의 반복 속에서, 왜 유독, 제주 공간에서 이런 참혹한 학살이 벌어졌는가 입니다. 1948년 4월 3일, 폭동의 최초 참여자는 1,500명입니다. 하지만 최종 사망자는 만 명이 넘었습니다. 이런 경과를 보며 '대량 학살'의 '왜'를 찾아가는 게 우리의 임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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