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기업내 차별 등사회가 아이를 피곤하게 여겨배제는 또다른 혐오 낳을뿐아이와 가정에 대한 배려가자녀 낳고싶은 사회 만들 것
자녀 낳고싶은 사회 만들 것 지난 3월, 서울의 한 어린이 공원에 걸린 한 현수막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현수막에는"어린이 공원 내 공놀이를 자제해달라"며"이웃 주민들이 공 튀기는 소음에 힘들어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어린이' 공원에서 '어린이' 놀이를 자제하라니 그럼 '어린이'들은 어디서 놀아야 한다는 말일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여기에 더해 최근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한국의 '노키즈존'과 저출산 문제를 연관 지어 조명하면서 노키즈존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르몽드는"한국 사회가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노키즈존 현상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어린이날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고, 어린이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년이 지난 한국은 언젠가 어린이날에 어린이를 볼 수 없을지 모를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저출산을 선택하는 이유는 르몽드가 지적한 대로 아이가 있으면 우리 사회에서는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이를 낳으라 하지만 사회와 기업은 아이를 반기지 않는다. 고용, 승진과 임금에서의 가임기·육아기 여성의 차별, 노키즈존으로 대변되는 사회의 시선, 성과 위주의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실제로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000년 64만명에서 2020년 이후부터 20만명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최근 감소율은 더 가파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노키즈존을 금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금지를 금지로 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우리 사회의 아이에 대한 태도가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과연 우리가 '환대'하고 있었을까. 그저 '민폐'로만 보고 있지는 않았을까. 서울시의 '예스키즈존' 지원이나 일본의 '어린이 패스트트랙' 등 정책 지원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를 대하는,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대한 넉넉한 배려다. 혹자는 몰지각한 부모들 때문에 배려를 하고 싶어도 그런 마음이 다 사라진다 할 수도 있다. 필자는 20년 가까이 소아치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수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만났다. 늘 좋은 부모만 있었겠는가?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배려는 존중을 낳고, 배제는 혐오를 낳는다는 것이다. 고슴도치가 털을 꼿꼿하게 세울 때는 자신이 위험할 때이다.
필자가 일하는 병원의 소아치과 대기실은 성인치과 대기실과 분리되어 있다. 원래 그 사이에 작은 문이 있었는데, 아이들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으로 리모델링 시에 없어졌다. 사라진 문을 보며 미국에서 유모차를 끌고 있으면 멀리서도 달려와 문을 열어주던 기억이 떠오른다. 닫힌 문과 열린 문. 원래 변화는 한 끗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아이가 있다고 '피곤'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있기에 '환대'받는 사회라면,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앞으로 몇 년 뒤 적막한 어린이 공원에서 공놀이하는 소리가 들리던 시절이 좋았다고 후회하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어린이날을 맞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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