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저녁, 멜랑콜리 - 매일경제

우울·고독 표현한 릴케의 시뭉크의 삽화와 절묘한 조화어두운 삶 예술로 승화 닮아저마다의 고독을 짊어진 우리상처·아픔 치유 통로 있어야

상처·아픔 치유 통로 있어야 릴케의 시 '어느 젊은 수도사의 목소리'는 불안과 고독을 강렬하게 표현하며, 하이든의 '놀람교향곡'처럼 갑작스러운 감정의 격변을 느끼게 한다. 이 시와 함께 삽입된 뭉크의 '저녁, 멜랑콜리' 그림은 인간 본연의 우울함과 고독을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릴케와 뭉크 모두 인생의 어두운 면을 예술로 승화시켜 고통과 불안 속에서도 예술이 인간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멜랑콜리는 검다는 '멜랑'과 담즙을 뜻하는 '콜레'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체액 중 흑담즙이 과잉된 상태, 즉 우울함을 지칭한다. 이 작품에서 뭉크는 멜랑콜리라는 우울 또는 비관주의에 해당하는 인간의 기본적 감정을 가감 없이 그려냈다. 검은색과 빨간색의 강렬한 색 대비와 효과적인 원근법 사용으로 가깝게 잡은 남자의 굳은 표정은 마치 영화의 예고편 같다. 사방 천지를 뒤덮은 어둠에 남자의 얼굴과 손만 간신히 보이고 나머지는 다 가려졌다. 뭉크의 개인사는 고스란히 작품에 드러난다. 그는 다섯 살 때 엄마가 폐결핵으로 사망했고, 열세 살 때 자신을 엄마처럼 돌봐주던 누나 역시 폐결핵으로 눈을 감았다. 뭉크 아버지는 가부장적 권위로 자식들을 엄격하게 양육했고, 병약했던 뭉크는 학교도 못 가고 홈스쿨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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