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파키스탄 어린 생명들 사납게 할퀸 대홍수
파키스탄 신드주 이재민 임시 거처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 바닥에는 가시가 뾰족한 나뭇가지와 쓰레기가 널려 있다.재난은 가장 약자를 향해 가장 무자비하게 발톱을 드러낸다.1천700여명의 사망자 중 3분의1이 넘는 645명이 어린이였다."폭우 때문에 읍내로 나가는 도로가 넉 달간 끊겼어요. 임산부와 아픈 아이를 둔 엄마들은 더위 속에 몇 시간을 걸어서 병원에 가야 했습니다."신드주에서만 1천곳 이상의 병원이 홍수 피해를 봤고, 병원으로 이어지는 도로들도 파괴됐다. 지역 어린이들은 각종 수인성 질병과 말라리아, 뎅기열, 독감을 제대로 된 치료 없이 견뎌야 했다.아이들의 영양 상태도 좋지 않은 편이다.
이날 만난 아이 대부분은 충분히 먹지 못해 실제 나이보다 많게는 서너 살 어려 보였다. 자신을 열두 살이라고 소개한 한 소년은 또래의 우리나라 어린이와 비교하면 키가 한 뼘쯤은 작고 마른 몸집이었다.아이들은 각종 쓰레기와 가축 분변이 나뒹구는 흙길을 맨발로 뛰어다녔다. 아침에는 기온이 10도 정도로 쌀쌀한 데도 겉옷조차 없는 아이가 태반이라고 현지 관계자는 전했다.인구 1천600만명의 대도시 카라치와 신드주의 옛 주도 하이데라바드에서는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대낮에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홍수 이전부터 파키스탄 어린이 절반가량이 학교에 가지 못했지만, 홍수로 학교 약 2만 곳이 무너지는 바람에 학교에 가기 어렵게 된 탓이다. 국가 부도를 코앞에 둔 사상 최악의 경제난은 아이들을 더 빠르게 학교 밖으로 몰아냈다.도로 중앙선까지 나와 운전자에게 구걸하는 아이. 그 뒤로 도심에서 밀려난 이들이 모여 사는 '텐트촌'이 보인다.차를 타고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쓰레기장을 지나다 보니 한 남자아이가 모래바람을 맞으며 막대기로 쓰레기를 뒤지는 모습이 보였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혹시라도 돈이 될만한 것은 없는지, 먹을 만한 음식이 버려지지는 않았는지 찾는 듯했다.30대로 보이는 여성은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채 취재 차량 창가를 툭툭 치고는 손을 내밀었다. 눈에 절박함이 가득했다.
도로 너머로는 거대한 천막촌이 펼쳐졌다. 각종 폐자재와 나뭇가지로 뼈대를 세우고, 버려진 카펫을 여러 장 이어붙여 만든 텐트 수십 동이 모여 있었다. 도심에서 밀려난 빈민들이 사는 곳이었다. 신드주 전체에 이런 곳이 허다하다고 한다.경제난이 심각한 파키스탄 정부는 이재민을 돌볼 여유가 없어 선진국이나 유니세프 등 구호단체의 도움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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