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애의 시시각각] 문재인 그리고 김영한, 조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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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문재인 그리고 김영한, 조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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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소리를 듣고 상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딱 다섯 문장이다. 문재인이 사람 좋다 어쩐다 하지만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 반면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두 수석의 기록은 처연하다. - 고정애의 시시각각,문재인,김영한,청와대 민정수석실,민정수석이란 자리,민정수석 출신

다들 알다시피 앞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가 16개월 만에 되살린 건 DJ였다. 당시엔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12년 후 발간한 자서전엔 생각을 담았다. “ 청와대 민정수석실 을 신설했다. 여론 수렴을 강화하란 재야 및 시민단체의 건의를 수용했다. 민정수석에 김성재 한신대 교수를 임명했다. 김 수석에게 당부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소리를 듣고 상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딱 다섯 문장이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짧은 설명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막강한 민정수석이란 자리와 대비된다. DJ는 부인이 거명된 옷 로비 의혹 사건 등으로 어수선한 정국을 다잡고 싶어 했다. 처음엔 학자를 기용했지만 이내 검찰 출신으로 바꾸었다. 업무 범위도 민정에다 사정을 더했다.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어떤 자리이기에 싶을 것이다.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모든 권력기관 위에 있다.” 한 민정수석 출신의 말이다. 그래선지 MB 정부 시절 여권 중진은 신임 민정수석에게 이런 조언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통령 말만 들어선 안 된다. 문재인이 사람 좋다 어쩐다 하지만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 우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대북송금 특검 수용이나 검찰·국가정보원·국세청·감사원 개혁은 물론이고 전시작전통제권 회수와 용산 미군기지 평택 이전, 방폐장 건설, 노동문제까지도 주도했다고 썼다.

마지막 수석인 조대환은 “ 1주일 만에 혈압약을 다시 복용했다”고 할 만큼 격무였지만, 정작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건에 대해선 사전협의조차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스스로 ‘앉은뱅이 용틀임’이라고 했다. 셋을 가른 건, 결국 대통령과의 관계였다. 대통령이 어디까지 용인하느냐였다. 대통령이 신임을 거두면 아무리 내로라하던 인사도 몇 달 못 가곤 했다. 분명 가장 신뢰하는 사람을 민정수석에 앉혀야 하지만 민정수석에 앉혔다면 어떻든 계속 신뢰해야 했다.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게 해야 했다. 그게 직의 본질이어서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정수석의 관점에서 보면 썩 좋은 보스는 아니다.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민정수석의 공간을 확 줄이는 바람에 훨씬 고난도가 됐는데,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 됐다. 윤 대통령은 게다가 불편한 소리를 하면 “내 편 안 든다”고 서운해 한다고 소문나 있다. 과거와 같이 ‘활약’을 하기에 가혹한 조건이다. 그나마 민심의 통로로는 쓸 만할 테지만, 대통령 의지를 관철하는 수단으론 턱없이 미흡할 것이다. 그런데도 기대한다? 험로에 들어선 윤 대통령에겐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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