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더 내라 하면 좋아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국가가 할 일이 점차 많아져, 조세부담률을 높여온 현대 복지국가에서도 증세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날 세제 개편을 시도하다가 큰 타격을 입거나 무너진 정권의 이름들이 즐비하다. 지금 우
윤석열 대통령이 1월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 축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장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세금을 더 내라 하면 좋아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국가가 할 일이 점차 많아져, 조세부담률을 높여온 현대 복지국가에서도 증세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날 세제 개편을 시도하다가 큰 타격을 입거나 무너진 정권의 이름들이 즐비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금융투자소득세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금투세 도입은 일방적 증세는 아니다.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투자소득에, 그것도 상당한 규모일 때만 과세하니, 금융과세 개편이다. 증권거래세는 2023년부터 세율을 낮춰왔다. 거래가 잦아 거래세를 많이 내던 소액 투자자들은 세 부담이 줄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의 경우 투자소득이 연 5천만원 이상일 때 매긴다.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돼 있던 것을 윤석열 정부가 2년 유예해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일 증권 및 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갑작스레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뜨거운 감자가 됐다.
금투세는 누가 도입했던가? 관련 소득세법 개정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이뤄졌다. 그런데 앞서 그 기초를 닦은 이들이 있다. 최상목 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서 “자본소득 과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양도소득세를 물리는 상장법인 대주주의 범위를 확대”하는 세제 개편을 이끌었다. 8월30일 열린 중장기 조세정책심의위에서는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범위 확대”를 과제로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은 추경호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19년 ‘증권거래세를 2023년 완전 폐지’하고, ‘2022년부터 주식·펀드·파생상품·채권·파생결합상품 투자에 따른 소득을 합산해 양도세를 과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금투세의 원조 법안이었다. 증권거래세를 대신해 금융투자소득에 과세하는 것이 과세 선진화의 한 축이라는 데 폭넓은 공감이 있었다.
슈퍼개미들에게는 금투세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연간 투자 수익이 5천만원을 넘어서면, 추가 수익에 매기는 22%의 세금을 감수할지 투자 대상을 바꿀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금투세가 무서워 일찌감치 다들 주식을 던질 것이란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주택 양도세를 강화했다고 집을 바로 팔아치우거나, 연봉이 억대로 올라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게 싫어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극히 드물지 않던가. 주가는 기업 실적과 장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 즉 시장 이자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금투세가 도입된다고 해서 한국 증시의 투자 여건이 외국에 견줘 크게 나빠지는 게 아닌데, 앞다퉈 주식을 내던진다면 손실을 키우는 잘못된 선택이 될 것이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며 논쟁의 전면에 뛰어들었다. “금투세 강행은 우리 스스로 퍼펙트스톰을 만드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같은 논거를 선택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규모 감세로 국가가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해체하고 있다. 내수 침체가 계속되고 민생의 어려움이 커가는데, 국가는 아무 일도 못 하고 있다. 금투세까지 폐지하거나 한번 더 유예한다면 나라 살림의 앞날은 아득하다. 다행히 그것을 막을 의석이 야당에 있다. 윤 대통령이 키워놓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부득이 과세를 조금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년 금투세 도입은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수권정당의 책임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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