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를 돌아봤다
내가 독서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이다. 책을 읽을 때만큼은 힘든 현실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새로운 작가들을 알아가고 다양한 책을 읽는 기쁨은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이다.
수십 번의 자해, 7번이 넘는 입원, 제집처럼 드나드는 응급실, 취직은커녕 일상생활조차 힘든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딸의 삶과 그 딸의 부모로서의 삶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편견'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남이 잘 모르지만 나 자신은 알고 있는, 하지만 겉으로 내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았았던 내 모습들을. 의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돈과 능력, 지위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기와 질투의 시선으로 그들을 볼 때가 종종 있었다. 부모를 잘 만나서 교육을 잘 받고, 삶의 큰 스트레스나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삶의 출발선 자체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들은 지금도 가끔 불쑥 튀어나온다.
저자는 '우리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라고 한다. 부부의 직업이 의사라는 점은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력을 갖고 있고, 지인 의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등 직업적인 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부분이 있다고. 양극성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대개 위험인물로 간주된다. 그들은 단순히 일상생활이 힘든 정도가 아닌,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든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로 치부된다. 질환의 종류나 발병 정도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심플하게 '위험인물'로 뭉뚱그려진 취급을 받는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1년 발표한 '정신질환자의 의료이용 현황 및 단계별 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를 제외하고 정신질환 및 정신과적 문제로 의료서비스를 받은 환자 수는 2009년 206만 7천 명에서 2019년 311만 6천 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일반의료기관의 정신질환 진료 사례까지 포함한 수치지만 정신시설 입소자 등이 제외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정신질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아픈 비극은 환자의 자살이 아니라고 한다. 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닌, 평생을 환자와 함께하며 고통의 시간을 견뎌온 유가족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를 살해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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