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플랜 A] 모두를 망치는 패션, 모두를 위한 패션
핸드폰을 켜자마자 니트 광고를 발견했다.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디자인의 니트인데, '기본템'이라는 말을 보니 나 빼고 모두 이런 디자인의 니트를 한 벌씩은 가지고 있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거기다 마지막 초특가 세일이라니, 지금 당장 이 니트를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 같아 초조해졌다.
옷의 생애는 짧다. 패스트 패션 산업이 커지며 질이 나쁜 옷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눈 깜짝할 새 바뀌는 유행 탓도 크다. 지금 시대의 옷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만 만족감을 준다. 짧은 순간 이후 옷은 못생기고 시대에 뒤처진 것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 옷들은 어디로 갈까? 그 옷들은 정말 필요한 곳으로 가는 것이 맞을까? 문득 궁금해졌다.몇 해 전 방영된 KBS 환경스페셜 다큐멘터리 에서는 소가 나왔다. 소는 가나의 마을을 덮은 헌 옷 위에서 옷 섬유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배경 내레이션에서는 소들이 옷 위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헌 옷들에 불이 붙었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내가 기부한 옷이 좋은 쪽으로 쓰일 것이란 기대가 불에 타 흩어지는 것 같았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옷의 사정도 비슷하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쏟아지는 마케팅에도 끝까지 팔리지 않은 옷들은 재고가 된다.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는 비밀스러운 과정을 통해 버려진다. 제품의 희소성을 지키거나,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재고를 폐기하는 것이 기부나 재활용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BBC에서는 2017년, 버버리가 422억 원가량의 자사 명품을 불태워 없앴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수많은 콘텐츠들에서 사회생활의 예의가 화장을 하고, 어느 정도 값이 나가는 옷을 입는 것이라 주장한다. 체형을 부위 단위로 쪼개 어떤 옷을 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정보성 콘텐츠도 늘었다. 조금 특이하지만 그다지 문제가 없는 옷을 입은 사람도 과도하게 많은 시선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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