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대장장이와 21세기 우주센터 공존하는 '다네가시마' 대장간 야이타 조총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정진오 기자
▲ 16세기와 21세기의 과학기술이 공존하는 곳이 있다. 일본 남쪽의 작은 섬 다네가시마. 다네가시마에 있는 전시관 두 곳을 가면 500년 세월을 타임머신 타듯 한꺼번에 오갈 수 있다. 하나는 1543년 포르투갈 사람에게 조총을 사들인 뒤 이를 자체 제작하는 데 성공한 일을 기념해 마련한 '다네가시마 박물관'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우주 기술이 집약된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다. ⓒ 정진오
▲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잔디밭에 가로로 놓여 있는 로켓 모형.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우주과학기술관 입구에 세워진 로켓 실물 모형. 안내판에는 총길이가 32.57m이고 중량이 90.38톤, 직경이 2.44m라고 쓰여 있다.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우주과학기술관 전시장. 우주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코너에서 오사카에 사는 리키다케 도시유키 씨가 우주인들이 입는 옷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리키다케 씨는 이번 일본 대장간 취재의 통역을 맡아 주었다. 2023년 5월 25일. ⓒ 정진오다네가시마에서 조총을 처음으로 만든 건 그곳에서 칼을 제작하던 대장장이 야이타 킨베에 기요사다였다. 야이타는 다네가시마의 도주 다네가시마 도키타카 밑에서 사무라이용 칼을 만들던 대장장이였다. 야이타의 신분을 일본 현지에서는 도단야, 도장, 철장 등 대장장이를 일컫는 여러 표현으로 적는다.
다네가시마에 조총이 들어온 내력과 새로 만들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일본 전역으로 전파한 경위 등이 란 책에 자세히 실려 있다. 는 포르투갈 조총을 처음 사들인 다네가시마 도키타카의 아들인 다네가시마 히사토키가 1606년에 펴낸 책자다. 다네가시마개발종합센터에서는 이 책의 영인본에 연표 등 보완 자료를 붙여 란 책자를 만들어 철포관에서 판매하고 있다. ▲ 다네가시마 남쪽 우주센터와 가까운 곳에 1543년 포르투갈인들이 표류해 닿았다는 상륙기념비가 서 있다. 2023년 5월 25일. ⓒ 정진오야이타는 포르투갈 조총을 분해해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나 1년 여가 지났을 때까지도 실패만 거듭했다. 화약을 장전해 터트리게 되면 폭발의 힘으로 격발장치까지 망가지는 문제가 자꾸 생겼다. 포르투갈 조총에는 그 장치가 나사산으로 되어 있었는데, 나사산을 파는 기술에서 벽에 부닥쳤다.
철포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언덕 위에 니시노오모테 공동묘지가 있다. 이곳에 와카사가 잠들어 있다. 와카사 묘소는 시에서 문화재로 관리하고 있다. 묘소에는 '충효비'가 커다랗게 세워져 있고, 와카사의 이야기를 알리는 안내판, 그녀와 관련한 노래비, 연극 공연 기념비 등 여러 기념 석물이 함께 서 있다. 다네가시마에서 시작된 일본의 조총은 금세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야말로 군웅할거의 땅 일본에서의 힘의 균형추도 빠르게 움직였다. 계속 칼을 쥔 자는 망했고, 새로 나온 총을 든 이는 흥했다. 야이타는 원래 칼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기후현 세키시 출신이다. 다네가시마 도주가 자신의 사무라이들을 좋은 칼로 무장시키기 위해 실력 좋은 대장장이 야이타를 이곳까지 영입했던 거였다.
다네가시마 철포관에는 포르투갈 사람이 가져왔다는 바로 그 조총과 야이타 대장장이가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조총, 그리고 다네가시마에서 건너가 16세기 중후반 일본 전국시대를 사로잡은 조총의 실물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세 자루의 조총은 특별 코너에 전시하고 있다. 빨강, 파랑, 녹색 보자기로 싼 단 위에 각각 올려져 있다. 다만, 개인 소장품이라면서 사진 촬영은 안 된다고 했다. ▲ 다네가시마 니시노오모테항 부근에는 철포 전래 시기부터 이곳에 철포대장간마을이 있었다는 알림판이 도로에 세워져 있다. 많을 때는 60여 곳이나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2023년 5월 25일. ⓒ 정진오
철빈 해안의 모래에서 추출한 쇠로 만든 니시노오모테 조총은 일본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다. 철포관 전시 코너 중 다네가시마 조총이 전국 각지로 확대된 상황판과 다네가시마 조총을 사들여 그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조총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쓰마, 사카이, 구니토모, 히노, 기슈 등 15곳이나 된다. 이렇게 해서 포르투갈의 유럽식 가위가 일본에 상륙하게 되었다. 그동안 일본에서 쓰던 가위보다 더 날렵하고 가벼우면서도 잘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다네가시마의 대장간에서는 조총과 함께 가위도 만들게 되었다. ▲ 우메키 씨가 망치를 쥐고 모루 위에서 가위를 만드는 공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우메키 씨의 대장간은 쉬는 날이었는데, 멀리서 온 취재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2023년 5월 25일. ⓒ 정진오
우리로 치면 원조 다네가시마 가위라는 얘기다. 다네가시마에서도 이 혼다네바사미를 주물 방식이 아니고 대장간에서 직접 손으로 작업해 만드는 이는 우메키 씨뿐이다. 우메키 씨는 예전부터 내려오던 원조라는 표시인 '本種'이라 새긴 직인을 갖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니시노오모테시에서는 우메키 쇼지 씨 지원에 나섰다. 아주 특별한 경우였다. 다네가시마 명물인 가위와 칼 제작 솜씨가 끊길 위기에 처했는데 우메키 씨가 스스로 잇겠다고 나섰으니 시에서도 지원할 명분이 생긴 거였다. 시에서는 몇 년 동안 생활비와 재료비 등을 지원했다. ▲ 우메키 씨 대장간 모습. 오른쪽으로 화덕이 보이고, 그 옆에 큰 통나무가 받치고 있는 사각형의 모루가 있고, 그 바로 옆에 물통이 있다. 오른편 나무 작업대 쪽을 제외하고 왼쪽만 보면, 모루를 가운데에 두고 화덕이나 물통이 가까이 있는 우리나라 대장간 구조와 흡사하다. 2023년 5월 25일. ⓒ 정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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