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의 탈옥 도구 '삼릉창', 어느 대장장이 솜씨일까 대장간 인천감리서 삼릉창 백범 김구 정진오 기자
▲ 지난 2월 28일 국가보훈처가 104주년 3·1절을 맞이해 독립운동가 15인 흑백사진을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한 컬러사진을 공개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색채사진 복원 전과 후 모습. ⓒ 국가보훈처
국민들은 너나없이 백범의 타계를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분단된 영토와 갈가리 찢긴 여론을 하나로 모아 잘사는 나라로 만들어 줄 구국의 영웅으로 백범을 점찍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점이 그의 목숨을 앗아간 이유이기도 하다. ▲ 『인천부사』에 실린 1907년쯤의 인천 감리서 정문 모습. 원 안의 얼굴은 인천부윤 김윤정인데 백범이 수감되었을 때 경무관이었다고 『백범일지』에 적혀 있다. 김윤정은 일제강점기에 초고속 승진해 고위 관료를 두루 지냈다. ⓒ 정진오 한여름의 감옥은 무척 덥고 극히 불결했다. 백범은 장티푸스에 걸려 고생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동료 죄수들의 도움으로 살아난 백범은 재판 과정에서 법정에 나와 있던 일본인 와타나베를 통렬히 꾸짖는 발언 등으로 감리서 내부뿐만 아니라 인천 전역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사형수 신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 삼릉창으로 감옥 마루 밑으로 들어가 땅에 깔아 놓은 벽돌을 들추어내고 흙을 파내서 밖으로 나갈 공간을 확보했다. '누구든지 내 갈 길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결단을 내버릴 마음으로 쇠 창을 손에 들었다'는 백범의 얘기처럼 삼릉창은 중요한 탈출 도구였다. 백범이 교육운동에 뛰어들고, 독립운동에 매진함으로써 민족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인천 감옥 탈출이라는 요인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천 감옥에서 교수형 신세를 면할 수 없었을 테다. 백범이 탈출 도구로 쓴 삼릉창을 어느 대장장이가 만들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인천감리서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대장간에서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
1930년대 인천의 대장간 현황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있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가 당시 인천상공인명록 등을 토대로 펴낸 『식민지기 인천의 기업 및 기업가 :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란 책에 따르면, 인천에서 세금을 내는 대장간들이 총 9곳 있었다. 이때는 인천이라고 해 봐야 지금의 인천 중구와 동구 지역이다. 세모 창을 일컫는 구와 모를 하나로 묶어서 쓰기도 했는데 그 표현이 동양의 최고 시집 『시경』에 나온다. 『시경』 편에 '구모옥대'란 구절이 있다. 고전 연구자 신동준은 이를 '세모 창은 흰 쇠 물미를 대네'로 해석했다. 올해 2023년은 백범이 인천 감옥을 탈옥한 지 125년, 총격 테러로 세상을 뜬 지 74년이 된다. 여전히 그는 국민적 영웅임에 틀림이 없다. 서울이나 인천에도 백범을 기리는 장소가 여러 곳이다. 서울 남산에 그의 동상이 있는 백범광장이 있다.
▲ 곽낙원 여사의 동상은 짚신 신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백범과 함께 갇혀 있던 수감자들이 짚신을 삼아 끼니를 해결했다고 한다. 저 앞쪽으로 아들 백범의 동상이 보인다. 기단 오른쪽 아래에 '1949. 8'이라는 제작 연월을 나타내는 숫자와 한자로 '朴'이라 쓰고 동그라미를 그린 박승구 조각가의 사인이 표시돼 있다. 2023년 4월 21일. ⓒ 정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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