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읽는 한국전쟁 24] 적대세력의 학살
전남 영암의 영암읍교회에는 1953년에 세운 순교비가 있다. 측면에는"오호라 겨레의 어둠의 날 6.25, 이십사 성도여 주님 오실 때까지 고이 기다리시라"고 신도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영암 매월리의 매월교회에도 신도 세 사람의 죽음을 기리는 순교기념비가 있다. 인민군이 퇴각하는 1950년 10·11월에 좌익세력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 가운데 같은 교회 신도들의 죽음을 자신들의 신앙의 언어로 기록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의 국가수호 현충시설은 현재 1314개가 있다. 거의 대부분이 군인과 경찰 또는 공무원과 관련된 것이지 민간인 집단학살 피해자에 관한 것은 찾지 못했다. 내가 한국전쟁과 관련된 다른 저술에서 보고 현장을 찾아간 것이 충남 당진, 전남의 영광과 영암이었다.적대세력의 민간인 학살도 대한민국 군경의 학살 사건과 마찬가지로 후퇴라는 위기에 닥쳤을 때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전투에서 승리하면 주요한 정치적 반대자를 처형하기도 했지만 집단학살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패전과 후퇴의 위기감은 반대자는 물론 그들의 가족에게도 광기의 학살를 뿌려댔다.
인민위원회는 외곽조직으로 농민동맹, 여성동맹, 청년동맹 등의 대중조직을 만들었다. 지역민 개개인은 어느 조직엔가는 하나 이상 가입하게끔 촘촘하게 엮였다. 흔히 보는 대중동원 독재체제의 하부구조다. 의용군 동원은 각종 조직과 학교 등을 통해 시행해 피해가 광범위했다. 초기엔 비교적 느슨했으나 갈수록 강제성이 강해졌다. 의용군이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훈련도 없이 대부분 노역에 투입돼 유엔군의 노무부대와 비슷했다. 그러나 유엔군에게 잡히면 민간인이 아닌 전쟁포로의 신분이란 게 큰 문제였다. 훗날 남한 포로수용소의 많은 수가 의용군이었다. 이들은 애초에 북한의 인민이 아니라 남한의 국민이었고, 강제로 동원된 민간인이었다.
대전에서는 대전형무소, 프란치스코 수도원, 대전경찰서 등에서 1500여 명이 학살됐다. 전주형무소에서도 최소 수백, 최대 1000여 명이 학살됐다. 창고에 갇혀 있던 240~250명을 불을 질러 집단학살을 했던 충남 서천등기소 사건은 특히 그들의 대표적인 잔혹사건으로 운위되곤 했다. 피해자는 대한청년단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거나 좌익 세력과 관계가 나빴던 사람들이다. 면장 이장이나 군인·경찰 경력자와 그 가족들이 큰 피해를 당했다. 대표적인 학살 사건은 군유마을의 정씨 일가다. 1950년 10월 7일 가장 격인 3인이 먼저 희생됐고, 모두 25명이 학살을 당했다. 혜정마을의 양씨 일가도 29명이나 희생됐다. 그 외에 11명, 12명, 5명, 7명 등 가족 단위로 죽음을 당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신청을 받아 조사해 154명의 희생자를 확인한 경우 기간별로는 인민군 점령기간에 2명이었고, 군경의 수복 후에는 4명이었으나 치안부재 기간에는 자그마치 139명이나 됐다. 전남 영광에서는 단기간에 큰 사건이 벌어졌다. 전국 어디든 비슷했지만 영광에서도 지역사회 안에 이미 좌우 갈등이 내재하고 있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대한청년단에 배속된 장교를 중심으로 300여 병력의 청년방위대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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