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 115만 원이나 주고 바꾼 최신 기기 잃었다 되찾은 사연
지난 16일 저녁 한 달에 한 번씩 보는 남편 친구 부부 동반 모임이 있었다. 약속 장소가 집에서 4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어 시내버스를 타기로 했다. 오전에 이미 7킬로미터를 같이 걸었던 터다. 남편은 퇴직하고 웬만한 거리는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동안 버스 탈 일은 별로 없었다. 조금 일찍 가 그 부근을 산책하다 시간에 맞춰 들어가기로 했다. 4월 중순인데 여름 날씨만큼이나 덥다. 거리에는 벌써 반팔 입은 이들이 많이 보였다.
벤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던 남편이 스마트폰이 없다고 한다. 내가 다시 호주머니를 뒤졌는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혹시 집에 두고 오지 않았나 생각해 보라고 하니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시내버스 의자에 앉았을 때 빠진 것 같았다. 누군가 주웠으면 받을 수도 있겠다 싶어 바로 전화를 걸었으나 신호만 갈 뿐 응답이 없다. 자동차를 타지 않은 걸 후회했다. 거금 115만 원이나 주고 바꾼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최신 기기라 속이 더 상했다.그 후로도 여섯 번이나 연락해도 똑같았다. 남편이 앉은 자리 주변에 중고등 남학생이 많았다. 버스에서 스마트폰이 울리면 누군가는 받겠지 했는데 희망 사항이었다. 차고지에 신고하면 도와줄 것 같아 전화하니 그곳도 받지 않았다. 혹시 집에 있을지 모르니 갔다 오자고 했더니 남편은 그냥 포기하잔다. 자기 물건 하나 간수 못 한다고 화도 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집으로 가는데 남자들도 헤어졌다는 연락이 왔다.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남편은 먼저 갔다고 했다. 집에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면 내 전화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휴대전화를 눌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신호가 가자마자 모르는 사람이 받고는 대뜸 주인이냐고 묻는다. 어디냐고 하니 시내버스 차고지라고 했다. 버스 의자에 있는 것을 기사님이 가져왔단다. 찾을 수 없을 거라 여기며 마음을 비웠는데 그걸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니 다행이었다. 자초지종을 말하고는 다음 날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 고맙다는 인사말도 빼놓지 않았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소설을 쓰며 남의 집 귀한 아이를 의심했다. 의자에서 발견한 누군가가 이미 숨겼을 것이라 확신한 내가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떠오르는 큰손인 요즘 10대는 보기만 해도 기종과 값을 훤히 안다는데 생각할수록 기특했다. 마음만 먹으면 중고로 팔고 얼마든지 거짓말로 둘러댈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도 욕심내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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