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일 | 시사평론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시작은 창대했다. 누리집의 설립 목적을 보면, 방통위는 방송·통신 융합에 능동적 대응, 방송의 공적 책임 제고, 이용자 편익 증진, 국제경쟁력 향상 등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민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작은 창대했다. 누리집의 설립 목적을 보면, 방통위는 방송·통신 융합에 능동적 대응, 방송의 공적 책임 제고, 이용자 편익 증진, 국제경쟁력 향상 등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민간기구인 방송위원회와 행정기관인 정보통신부를 통합해 대통령 직속 5인 합의제 기구 방통위를 출범시켰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세계적 기술 변화를 반영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 방통위 운영의 불합리성이 폭발한 것 같다. 필자는 방통위의 설립 목적에도 불구하고 운영 방식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어렵기에 다른 부처와 통폐합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방통위가 사라져야 하는지 세가지 이유를 제시하겠다.
첫째, 방송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방송정책이 실종됐다. 방통위는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티브이, 아이피티브이 등에 대한 규제와 진흥을 담당한다. 이런 방송들이 서서히 몰락해가는 상황이지만 방통위는 해법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 6월 발표한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을 보면 지난해 방송사업 매출은 2022년 대비 4.7% 감소해 1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아이피티브이를 뺀 모든 방송사업자의 매출이 줄었다. 특히 케이블티브이 사업자 방송 부문 영업이익은 2018년 2334억원에서 2022년 192억원으로 4년 만에 무려 92%나 감소했다. 지난해 지상파 광고 매출은 23.3% 감소했고 아이피티브이는 24.7%, 위성티브이는 10.4% 줄었다. 특히 한국방송은 644억 적자를 기록했다.경영 상황이 악화된 방송사들은 제작비가 덜 투입되는 시사토론 프로그램만 우후죽순 늘렸고 콘텐츠 다양성은 사라지고 있다.
둘째, 시급한 통신 현안이 많음에도 통신정책마저 사라졌다. 방통위의 ‘2024년 핵심 추진 과제’에 따르면 통신 분야에서 신속히 처리되어야 할 정책들이 18개에 이르는데 그야말로 ‘올스톱’이다. 단말기 유통법 폐지 관련 지원 방안, 인공지능 생성물 표시제 도입, 인공지능서비스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추진, 플랫폼 서비스 장애 고지 기준 단축, 불법스팸 전송 차단 강화 등의 현안에 대해 방통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또 방통위는 2022년부터 앱마켓사업자의 특정 결제 방식 강제 등 부당행위에 대한 사실조사를 실시해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에 최대 6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시정조치안을 통보했다. 하지만 10개월째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통신산업에 대해 정책결정을 내리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대 방통위원,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방통위원들은 방송은 물론 통신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검사들이 줄줄이 내려오고 있다.
셋째, 합의제로 출범한 방통위이지만 합의가 없다. 방통위를 합의제로 만든 배경에는 방통위원들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중립적으로 방송정책과 통신정책을 입안해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라는 데 있다. 과거에도 형식만 합의제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 2인 체제가 상시화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임명된 다음 날 공영방송 이사 후보진 83명에 대한 심사를 불과 1시간 만에 마쳤다. 후보자 1명당 42초의 시간이 할당됐다. 야당은 이에 맞서 이동관,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장 권한대행, 그리고 이진숙 위원장까지 탄핵안을 발의해 사실상 방통위 업무를 마비시켰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 여론조사에서 방통위 2인 체제가 잘못이라는 기자들의 응답률은 82%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둘러싼 정쟁 탓에 대부분의 과학, 통신 관련 법안들이 계류되어 있다. 현재와 같은 방통위가 유지된다면 방송계는 물론 통신업계, 과학계까지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도 방통위 폐지를 포함한 미디어 부처 통폐합 논의가 나온 적 있다. 이제는 결단을 내릴 때다. 나라를 위해서라도 정치권은 방통위의 존폐에 대해 숙의하고 공영방송 체제에 대한 합의점을 끌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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