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원 |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얼마 전 미국에서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가 아침 뉴스에 출연해 인터뷰하면서 트럼프와 밴스는 “이상해!”(weird!)라고 말한 것이다. 앵커들은 큰 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은근슬쩍 웃었지만 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6일 자신이 이날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팀 월즈 주지사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첫 합동 유세를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UPI 연합뉴스얼마 전 미국에서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가 아침 뉴스에 출연해 인터뷰하면서 트럼프와 밴스는 “이상해!”라고 말한 것이다. 앵커들은 큰 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은근슬쩍 웃었지만 이 잠깐의 논평은 실은 너무나 웃겼던 것이었다! 그 대목을 잘라낸 영상이 여기저기 퍼지기 시작하더니, 하루 만에 트럼프와 밴스의 선거운동을 어쩔 줄 모르게 하는 비장의 무기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이상해.” “진짜 이상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의 팬덤 ‘케이-하이브’는 트럼프와 밴스가 망언을 할 때마다 토를 달기 시작했다. “이상해.” 그저 리트위트하면서 한 단어만 덧붙이면 되니까 정치 비평이 이보다 더 쉬울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 역시 방송에서 “그들의 정책은 이상하다”, “그들의 스타일은 이상하다”고 앞다투어 논평하는 것으로 선거운동 전략을 바꾸었다. 그 메시지가 상상 이상으로 초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해리스조차 유세 현장에서 “그들은 그냥 이상해!”라고 말했고,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대체 이게 왜 먹히는 걸까? 언제나 계몽적이고 올바른 말만 설파하던 진중한 ‘엘리트 진보’의 목소리가 이렇게 가벼워도 괜찮은 걸까?정치평론가 에즈라 클라인은 “공화당은 이상하다”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선거 전략은 예전에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 지지자를 일컬어 “개탄스러운” 사람들이라고 불렀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너 좀 이상해”는 어떤가. 진지하게 반박하면 오히려 더 이상해진다. “아니야, 나는 이상하지 않아!”라고 정면 돌파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니까 계몽적 설교를 하지 않고도 상대방을 완전히 무력화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이 표현은 엘리트 진보의 언어도 아니고 내려다보는 시선도 전혀 없다. 모두의 그 느낌을 그저 솔직하게 말했을 뿐. 무엇보다도 케이-하이브를 비롯한 청년 세대가 쉽게, 즐겁게, 그리고 더 많이, 정치적 표현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상해”는 밈의 역동성과 효율성을 모두 담고 있는 메시지다.월즈는 “이 메시지가 왜 이렇게까지 효과적인지”를 묻는 질문에 나름의 답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공식적인 메시지는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존재론적 위협”으로 지칭하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헌법, 자유, 인권과 같은 모든 핵심 가치를 파괴할 위험인물이라는 담론이다. 대단히 심각하고 무거운 톤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에게 가닿지 않는 거대담론이다.
그래서 월즈는 가볍게 가자고 한다. 트럼프의 메시지를 “쪼그라들게” 해야 한다고. 비대한 자아를 가진 두 남자를 작게 만드는 전략이라니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사실 해리스가 “이상해!”라고 유쾌하게 말하는 모습은 이런 전략과 꽤 어울린다. 케이-하이브의 주축인 젊은 여성들은 이 상황을 즐기면서 폭발적인 밈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근엄한 메시지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온라인 하위문화와 궁합이 맞았다고 할까? 여러 설문조사에서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도 대결은 박빙이었지만, 청년 유권자만 떼어서 보면 해리스가 트럼프를 벌써 24%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 ‘현상’의 주역은 여성들이다. 그리고 ‘이상한’ 선거 전략 덕분에 월즈는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라 부통령 후보가 되었고 지지자들은 흥분 상태다.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재생산권 경험자 월즈…시험관으로 얻은 딸 이름 'Hope'(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6일(현지시간) 첫 대선 유세에서 부부가 아이를 갖기...
Read more »
'대권 관심없다'며 팀플레이 강조…해리스 사로잡은 '블루 월즈'(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가 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최종 ...
Read more »
해리스·트럼프 첫 유세 대결…'회귀 세력' vs '좌파 미치광이'(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로 사실상 민주당의 새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
Read more »
조정훈 “총선백서 전대 직후 발간···한동훈이 막으면 직 걸고 공개”조정훈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전당대회 마치고 (총선백서를) 즉시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또 만약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당대표가 된 후...
Read more »
“文과 악수하고 바지에 손 닦았는데”...대선후보 급부상 해리스 ‘자질 논란’부통령 재임 중 잦은 자질 시비 부정여론 50.4%로 선호도 저조 트럼프 부통령 후보 부인 등장에 ‘인도계 흑인’ 차별성도 희석
Read more »
해리스, 러닝메이트에 월즈 낙점한 이유는…중서부 표심 확보·진보 지지층 결집 노린 카드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이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60)를 낙점하면서 11월 대선의 대진표가 민주당 해리스 부...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