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곳은 바다... 지구를 위해 시급하게 회복되어야
휴대폰 화면을 엄지로 밀어 내리다 찰나의 순간에 멈춰 있는 바다가 눈에 띄었다. 흐린 날이었는지 무거운 구름과 맞닿은 짙푸른 색 파도와 방파제, 그리고 빨간 등대가 찍힌 사진. 친구는 그 곳으로 휴가를 간 듯 했다."고성 다녀오셨죠?" 얼마 뒤 그 친구를 직접 만나던 날, 사주 맞히듯 툭 던진 나의 인사에 놀라워 하며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모습을 보고 키득거렸다.
스무 살 때 친구와 함께 기차를 타고 갔던 정동진. 내 오른쪽 어깨에 닿은 무궁화호 창 너머로 드넓은 바다가 등장했다. 어째서인지 오랜 시간 동안 이 풍경을 그리워했던 것 같은 마음에 몸을 돌려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는 순간, 숨이 턱 끝에서 멈추고 심장이 쿵쿵거리는 박동이 온몸에 퍼졌다.'저 너머에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 난데없는 두려움은 이 식상한 생각에서 순식간에 불꽃이 튀어 번졌다. 영원할 것 같은 수평선을 눈으로 따라 그리다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생각. 바다는 너무 넓고, 나는 너무 작았다.차가운 물에 발끝을 담그며 체온을 맞추듯 바다를 눈에 담았다 밀어냈다를 반복, 또 반복했다. 가슴 한 구석이 여전히 찌르르했지만 어쩐지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잠잠해진 것 같았다.
단순히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면적'이 아니라, 숲보다 50배 더 빠른 속도로 탄소를 흡수하며 생명을 살아 숨 쉬게 해 주는 근원의 존재. 지구를 잃어가는 우리가, 그리고 지구에서 사라질 인간이 긴급히 회복해야 할 곳은 바다였다.기후 위기가 가속화 되는 복잡한 구조에서 가장 직접적 원인은 바다의 수온 상승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폭염 경보가 시끄럽게 울리면 모른 척 전기요금을 걱정하며 에어컨을 켜면 그만이다. 하지만 펄펄 끓는 바다는 물 속 생물을 죽이고, 바람의 흐름을 바꾼다. 폭염에, 폭우에, 산불에 재난의 고리는 쉬지 않고 꾸역꾸역 이어진다. 전례 없는, 백 년 만의, 기상 관측 이래 초유의, 라는 제목을 달고 등장하는 기사에 무표정해지는 것도 무섭다.
나는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바다를 마주했던 정동진의 그 순간처럼 또 꼼짝 없이 멈춰 서 있다. 지금이라도 많이 즐겨야겠다는 마음이 올바른 건지도 모르겠다.모래사장 위에 발뒤꿈치로 엉거주춤 새긴 이름이 파도에 슬쩍 밀려간다. '파란 하늘'이라는 단어도 미세 먼지에 휩쓸려갔다. '파란 바다'마저 잃게 된다면 결국 파란색은 사라질까 걱정하는 색이 되어버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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