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씨네만세 711]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다시 보다: 25+50'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기쁨과 슬픔이 뒤엉킨 한 주다. 기쁨은 한국의 자랑이라 불러도 좋을 전주국제영화제가 25번째로 개최된 주간이란 점에서 온다. 그렇다면 슬픔은 어디서 왔는가. 한국 영화사를 가로질렀다 해도 좋을 대한극장이 66년 만에 폐업을 발표한 데서 왔다. 그렇다. 대한극장이 오는 9월 30일로 운영을 종료한다.대한극장이 어떤 극장인가. 1958년 한국 최대 규모 상영관으로 개관해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로 짜여진 판도, 필름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같은 부침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유서 깊은 극장이다. 대한극장은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영화산업 위기론이 쏟아질 때 나온 70mm 필름 촬영 영화의 국내 유일 상영관이기도 했다. 같은 대작들이 죄다 이곳에서 개봉했고, 같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의 시사회도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는 공간이었다.영화평론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영화팬으로서 내게도 이곳은 특별한 영화관이다.
한국의 독보적 영화감독이라 해도 좋을 봉준호에게도 대한극장은 특별한 감상을 일으킬 테다. 그에게 대한극장은 과거 의 국내 첫 상영, 즉 시사회를 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가 어떤 영화였나. OTT 시장을 선도해온 넷플릭스가 한국 감독을 통해 진행한 첫 오리지널 영화가 아니었던가. 이제는 흔해진 방식이지만, 극장과 넥플릭스를 통한 동시 배급이 문제되며 대형 멀티플렉스 3사가 상영을 보이콧한 바 있다. 이때 손을 내민 것이 대한극장으로, 영화는 대한극장 시사회를 거쳐 OTT와 독립예술영화관 위주로 배급되었던 것이다.굳이 대한극장 이야기를 꺼내는 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봉 감독의 데뷔작 와 마주한 때문일지 모르겠다. 전주국제영화제의 25주년, 한국영상자료원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다시 보다: 25+50' 섹션으로 이 영화가 초청됐다. 2000년 작 필름 촬영분을 고화질 디지털로 변환한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영화제 기간 동안 3차례나 상영기회를 잡았다.
그럼에도 변화하는 현대 대중들의 영화소비 방식은 대한극장 뿐 아니라 예술독립영화상영관, 나아가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의 경영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갖춘 OTT가 관객의 안방으로 수많은 작품을 배급한다. 이 가운데는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까지 수두룩하고, 영화의 제약을 뛰어넘는 각종 시리즈물도 적지 않다. 형식을 뛰어넘은 영상물이 안방으로 쏟아지는 가운데 관객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기 또한 진화를 거듭한다. 마침내 극장이란 공간이 불편하고 귀찮은 무엇으로 전락하리라고 내다보는 이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적어도 OTT와 극장 가운데 어느 하나가 영화산업에서 낙오하게 된다면, 그건 OTT는 아닐 것이다.지난 2일 영화제 가운데 발길이 닿아 들른 행사 자리가 있었다. 영화의 거리 근처 전주중부비전센터 5층에서 열린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였다.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등 영화계 제 단체 대표자가 참여한 토론회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객단가 문제와 대형영화의 독과점 논란 등을 다루었다.누군가에겐 이제껏 수없이 나온 논의의 반복처럼 여겨졌을 이 자리에서 그래도 처절함이 닿는 이야기가 없지 않았다. 경상남도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 씨네아트 리좀을 운영해온 하효선 대표는 토론회 뒤 발언권을 받아 이날 토론이 멀티플렉스 3사와 의 독과점 이야기로 채워진 것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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