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트레이너 바바라가 말하는 섭식장애 치유... 다양한 몸에 대한 긍정이 필요한 한국사회
올해 서른여섯 살인 저는 20대 전부를 가수 활동으로 보냈습니다. 지상파 데뷔를 준비하며 인생 처음으로 극단적인 수준의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고, 다이어트 늪에 빠진 것처럼 점점 더 아주 어두운 바닥까지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제 외모에 대해 '얼굴이 못생겼으니 노래를 잘해야 한다'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고,"한 끼 정도 굶는 게 그렇게 어렵냐?" 하며 식탐 조절을 못하는 어리석은 여자아이인 양 저를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문화는 그곳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연예계에서 제가 만난 사람들은 평범한 외모와 체격을 한 여성 가수에게 말로 표현 못할 수치스러운 언급을 하는 게 다반사였으니까요. 가수로 데뷔한 2011년부터 3년 동안 저는 다이어트약을 복용했고, 먹어도 괜찮은 음식이라고는 삶은 고구마와 생채식뿐이었습니다. 거기에 고강도의 운동을 병행하며 방송과 공연 스케줄을 소화했습니다.
역시 거식증과 알코올중독을 겪었던 미국 작가 캐럴라인 냅이 책 에 그렇게 썼었죠. 자신은 알코올중독 증세가 가장 심각했을 때 일중독에도 빠져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는 계속 올라갔다고요. 저 또한 알코올중독과 다이어트약 중독으로 매일 밤 스스로를 망가뜨리면서도 일에는 계속 매달렸습니다.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너무 두려웠습니다. 외부에서 오는 모든 폭력을 스스로 막아낼 힘도, 저를 지켜줄 만한 가까운 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심장 근육에 매우 해로운 고용량의 식욕억제제를 약 8년간 매일 복용해 온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병원에선 우울증 치료와 중독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심리상담도 시작하며 그동안 무서워서 들춰보지 못했던 제 삶도 하나하나 되짚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현재 입시 보컬을 가르치는 강사입니다. 대학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을 꿈꾸는 수많은 지망생들, 아이돌 연습생이었던 아이들, SNS 인플루언서를 꿈꾸며 노래하는 아이들을 매년 만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스스로 내재화하는 '마른 몸'에 대한 선망은 한층 더 심해져 있습니다. '마른 몸'이 좋다는 식의 미디어 메시지, 노골적인 외모지상주의, 상술이 우선이 되어 식욕억제제 처방을 남용하는 의료 시스템 안에서 아이들은 휘둘리며 상처받고 건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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