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비둘기는 아무리 먼 곳에 데려다 두어도 집을 기억하고 기어코 집을 찾아 돌아온다고 여겨졌다. 이런 비둘기의 귀소본능은 별다른 통신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았던 시절, 원거...
예로부터 비둘기는 아무리 먼 곳에 데려다 두어도 집을 기억하고 기어코 집을 찾아 돌아온다고 여겨졌다. 이런 비둘기의 귀소본능은 별다른 통신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았던 시절, 원거리 비행 우편배달부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서구를 이용해 소식을 전하는 관습은 고대 로마 시절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수천년간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던 주요한 통신체계였다. 하지만 이런 비둘기들의 놀라운 집찾기 능력도 철새들의 길찾기 능력에 견주면 보잘것없어 보일 정도다.
제비는 봄이 되면 찾아와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 뒤 가을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남쪽으로 떠나는 한반도의 대표적 여름 철새다. 제비가 이동하는 거리는 무려 1만2000㎞에 달하는데, 제비 몸에 GPS를 붙여 측정한 결과 제비는 제주도-필리핀을 거쳐 호주까지 내려갔다가 이듬해 봄이 오기 전 자신이 남하했던 경로를 그대로 따라서 다시 북상한단 것이 밝혀졌다. 일부는 자신이 작년에 알을 낳았던 그 둥지를 다시 찾아올 만큼 뛰어난 기억력을 자랑했다. 그러니 제비가 다리를 고쳐준 흥부를 기억해 이듬해 박씨를 물어다 주었다는 전래동화는 제비의 생태를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일본의 연구진은 3차원 미니어처로 재현한 도쿄 시내 모형에서 사람이 살기 좋은 곳에는 곰팡이가 좋아하는 물질을,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에는 스폿 포인트 조명을 설치한 뒤, 곰팡이를 올렸다. 처음에는 아무렇게나 뻗어나가는가 싶던 곰팡이 균사들은 곧 특정한 패턴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해낸 도쿄 모형 속 곰팡이 균사 패턴은 실제 도쿄의 지하철 노선도와 놀랍도록 흡사했다. 곰팡이의 최적 경로 찾기 능력은 지형과 지물을 가리지 않았고, 이에 매료된 연구자들은 실제 도심지 교통 네트워크 시스템 구상에서도 곰팡이 시뮬레이션을 적용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영국의 연구진은 곰팡이가 복잡한 대형 빌딩의 화재 탈출로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건물 모형 내부에 곰팡이를 이식하고 외부로 탈출하는 출입구 근처에 곰팡이가 좋아하는 물질을 도포하면, 냄새를 인식한 곰팡이는 출입구 쪽을 향해 균사를 뻗기 시작한다. 그 결과 건물의 어디에 곰팡이를 이식하든 곰팡이가 출입문 쪽으로 균사를 뻗어낸 경로는 인간이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데 가장 효율적인 동선과도 일치했다.
상상도 하기 힘든 먼 거리를 왕복하면서도 집을 찾아내는 새들의 생태나 무작위적으로 뻗어나가면서도 결국은 최적의 경로를 찾는 곰팡이의 생활사는 놀랍지만, 이들이 의식이나 의지에 의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다. 이들은 타고난 감각과 본능으로 길을 찾고 목적지에 도달한다.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구독 구독중 곰팡이의 전략은 확산-선택-집중이다. 곰팡이는 처음엔 사방으로 미세한 균사들을 무작위로 뻗는다. 그러다 균사 중 하나가 긍정적 신호를 보내오면 곰팡이는 순식간에 다른 방향의 균사는 거둬들이고 신호가 온 방향으로만 균사를 집중시킨다. 곰팡이가 이처럼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은 곰팡이 전체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단일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러한 감각과 본능을 타고나지는 못했지만, 의식을 가진 존재이므로 이들의 전략을 분석해 효율적으로 따라 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변화를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민감성과 가장 사소한 곳에서 발생하는 정보조차도 막힘없이 공유될 수 있는 열린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사회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변화에 둔감하고,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무시하는 불통 시스템 속이라면 아무리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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