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 소설 대표 이창래 9년 만의 신간…유사백인 청년의 성장 없는 성장기
한국계 미국 작가를 대표하는 이창래. 9년 만의 신작 ‘타국에서의 일 년’은 스무살 ‘유사 백인’ 청년의 성장기를 다룬다. RHK 제공한국계 미국 작가군을 대표하는 이창래가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그간 이창래는 주지된 과거로부터 인물을 오늘로 데리고 왔다. ‘정체성’이야말로 과거형 서사 아닌가. 세 살 때 이민 가 영어로 소설 쓰는 이창래를 미국 문단에 수직 착륙시킨 ‘영원한 이방인’의 한국계 이민자 헨리 박,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생존자’의 한국인 전쟁고아 준 등도 예외가 아니다.
690쪽 장편을 한 줄로 추리자니 그러할 뿐 성장은 결코 사칙연산처럼 전개되지 않는다. 상처 하나를 더해 한뼘 성장이 산출되지 않는다. “아무 데도 속하지 않느니 어둠에라도 속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늘 내가 태어난 직후부터 어정쩡한 것들의 강에 담긴 것만 같았다”는 주인공의 말마따나, 정체가 흐릿한 당대 청춘의 설익은 환멸과 부유는 때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물들을 연상시킨다. 인종, 자본, 문화적 차별과 착종이라는 실로 거대한 미국사회에서 결코 양상도 결과도 같을 수 없는 방황이긴 하지만 말이다. 틸러에게 한국계 혈통을 물려준 어머니는 오래전 가출했다.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아버지로부턴 관심받지 못하는, 무중력, 무목적의 표연하는 잎 하나가 바로 틸러다. 그가 휴대폰 문자 하나를 달랑 남기고 해외로 떠날 수 있는 것도, 이에 아버지의 답장이 “오키도키” 달랑 한 마디인 것도 이들 부자에겐 더덜없는 행동들이다.
어떤 미래에 ‘연루’되든, 자기 몫의 달콤함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그 몫엔 책임이 따른다는 뜻이리라. 틸러는 퐁과 어울리며 “나이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언했듯, 어떤 성장도 사칙산을 따르지 않는다.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책&생각] ‘저함량 노랑이’가 고통을 즐기지도 피하지도 않고한국계 미 소설 대표 이창래 9년 만의 신간… 변신 꾀해 유사백인 청년의 성장 없는 성장기 문체·유머·전복으로 세대 소통
Read more »
[책&생각] 미·소 ‘장기 평화’ 아래 2천만 아시아인 죽음이 있다미국 역사학자의 비판적인 냉전사 연구
Read more »
[책&생각] 깊은 바다의 위기는 인류의 위기…무조건 보호하라눈부신 심연 깊은 바다에 숨겨진 생물들, 지구, 인간에 관하여 헬렌 스케일스 지음, 조은영 옮김 l 시공사 l 2만3000원 지...
Read more »
[책&생각] 집이 부리는 만행, 모두가 황폐해지다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지음 l 문학과지성사 l 1만6000원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중의 도리 없는 택일이 이 시대 서민들의 ...
Read more »
[책&생각] ‘김포 서울 편입’ 배후에 어른거리는 벌열의 그림자정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으면 퇴계의 말 머리를 보라는 말이 있었다. 경상도 예안(禮安) 사람 이황(李滉)이 말을 타...
Read more »
[책&생각] 항일무장투쟁 여성 독립운동가 김명시를 살려내다김명시 묻힐 뻔한 여성 항일독립영웅 이춘 지음 l 산지니 l 2만3000원 “독립동맹은 임정과 협조…조선의 짠타크, 현대의 부랑(...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