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슬기 씨 아버지 “아들의 과로사, 쿠팡이 책임 다해야…그것이 오히려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는 길”
쿠팡택배기사 고 정슬기씨 아버지 정금석씨가 12일 서울 송파구 근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12 ⓒ민중의소리먼 고국에서 걸려 온 청천벽력 같은 며느리의 전화에 아버지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일단 서둘러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10여년 전 방글라데시에 정착한 아버지에게 그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느 때보다도 아득했다. 직항편이 없어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로 이동해, 태국 방콕을 경유하고,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만 꼬박 이틀. 그 긴 시간,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만 이어졌다.
아버지 금석 씨는 숨이 턱 막혔다. 아들을 잃고 나서야 알게 된 아들의 고된 하루들이 그려졌다. “부모가 한국에 없으니 힘들게 살겠구나라는 미안한 마음은 늘 있었죠. 그런데 어쩌다 간혹 통화를 하더라도 절대 힘들다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늘 잘 지낸다고만 하지. 이번 어버이날에도 ‘건강 잘 챙겨라’라고 하니, ‘애들이 넷이에요’하고 했던 아이에요. 가장으로서 몸이 힘들어도 아이들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거죠. 제가 늘 ‘철없는 녀석’이라고 했는데, 힘든 삶을 살면서도 부모한테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내색도 안 하고, 그런 거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택배기사 개개인은 사실 약하디약한 약자 아닙니까. 언제든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둬야 하니까 불합리한 계약서라도 사인을 할 수밖에 없던 거죠. 지금은 쿠팡만 좋아하는 시스템이에요.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특고노동자를 이용하고, 다른 택배사들은 사회적 합의라도 했지만, 쿠팡은 하지 않고 있잖아요.”쿠팡택배기사 고 정슬기씨 아버지 정금석씨가 12일 서울 송파구 근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12 ⓒ민중의소리 슬기 씨의 과로사를 입증할 방법을 찾던 중 택배노조와 연이 닿았다. 쿠팡의 로켓배송 뒤 쓰러져 간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금석 씨는 “다시는 아들과 같은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안고 아들의 죽음을 세상에 알렸다. 한 가정이 파괴되고,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을 누구도 겪지 않길, 금석 씨는 바라고 또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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