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또 유쾌한 사람, 작가 정지아 SBS뉴스
지난해 낸 라는 책이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도서관에서 그 책 빌리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고 이 사람이 쓴 다른 책도 대부분 대출 중이다. 같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소설집조차 거의 3주를 기다려 겨우 대출받을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 역시 빨치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만이 아니라 어머니까지 사회주의자라는 것을 알게 된 사춘기 소녀의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공부 잘하고 나가는 백일장마다 상을 독차지하던 똑똑한 ‘백일장 소녀’가 반공이 국시인 나라에서 자신의 미래가 어떠리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나라 전체가 ‘반공만이 살길이다’고 외치던 1970년대 ‘사회주의자’ ‘빨치산’이라는 말은 입에 올리는 것조차 두려운 단어였고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은 벗어날 길 없는 천형이었다. 그 천형에서 벗어나고 싶어 닥치는 대로 책을 봤고 절을 찾고 교회를 다녔다.
20대 청년 시절 혜성 같이 등장했지만 빛나던 시절은 길지 않았다. 이후 출판사에도 다녔고 대학에서 공부를 계속해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정식으로 등단했다. 민족사관고 교사로 교단에 선 적도 있고 중앙대를 비롯해 몇 개 대학에서 꾸준히 강의했고 지금은 조선대학교 초빙교수로 있다. 한번 결혼해서 아들 하나를 두었고 지금은 혼자 지낸다. 본인은 열심히 살았다고 했지만 이후 삶은 곳곳이 공백처럼 느껴진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조직 활동은 때로는 원칙을 무시하고 막 깨고 나가야 되는 측면도 있는데 저는 그런 거 하나하나가 굉장히 불편했고요. 저는 삶 속으로 스며들지 않는 이론 이런 게 불편했어요. 그런데 조직에는 그런 사람뿐이더라고요. 조직 활동이 내게는 안 맞는 거 같다, 나는 글로 말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고요.
“그런 좌절감 같은 것은 별로 안 컸습니다. 이 준 명예 같은 것은 가짜라고 생각했고 그런 것에 휩쓸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 스스로 도망쳤거든요. 제가 만약 그런 명예 같은 것을 원했다면 그런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는 소설들을 계속 발표해서 이름 있는 삶을 살 수 있었겠죠. 그런데 저는 그런 삶을 원했던 적은 한 번도 없는 거 같아요. 부자가 되기를 원했던 적도 없고요. 다만 그때그때 필요한 돈이 있어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 사람의 유쾌, 상쾌, 발랄함은 타고난 성정이라기보다 후천적인 노력의 결과인 거다. 몇십 년에 걸친 노력 끝에 그런 재능을 익혔고 그 재능이 있어 가 나온 것이다. 몇 번인가 장편에 도전했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가리는 게 많고 따지는 게 많아 볼 줄 아는 인간형이 몇 가지밖에 되지 않았고 그래서 장편을 끌고 갈 힘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지난 30년 넘는 세월은 장편을 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었다. “달라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25살에 쓴 거고 이건 58살에 쓴 건데요. 사람이 그 세월을 견뎌냈으면 뭔가는 달라져야죠.”“많이 달라졌습니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것은 저에게 이데올로기적인 억압으로만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대학 시절에 다 해결했고 특히 을 쓰고 나서는 제가 다 벗어났다고 생각했어요. 만큼 널리 팔린 책이 안 나왔기 때문에 계속 ‘빨치산의 딸’ 정지아이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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