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우리가 우리를 믿을 수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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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 괴성을 지른다는 신고, 60대 남성 체포. 홈리스 야학 학생이 피...

대학로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 괴성을 지른다는 신고, 60대 남성 체포. 홈리스 야학 학생이 피의자로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는 소식에 놀라 동영상을 찾아봤다. 홈리스행동과의 인연으로 가끔 만났던 그를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었다.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 그가 갑자기 소리를 지를 때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난감했던 기억도 스쳤다. 그의 행동이 오인됐을 것을 속상해하다가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거리에 칼을 들고나오는 행위만으로도 타인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 타인의 안전이 위협당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신을 통제할 방법을 누구나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러나 그를 특수협박죄로 구속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이상동기 범죄로 모두가 불안하다.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느낌에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보인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살인범죄 발생률이 낮은 반면 범죄 피해에 대한 불안은 높은 특징을 보인다.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국가는 치안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대책을 쏟아내지만 안전해진다고 느끼지 못한다. 범죄로 목숨을 잃은 이를 애도하고 곁에 남은 이들을 위로하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국가가 약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국가가 공권력을 강화할 줄만 알고 사회를 강화할 줄은 모르기 때문이다. 알 수 있는 것을 지우고 할 수 있는 일조차 미뤄온 탓이다.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은 ‘이상한 정신’이 아니다. 통계로 익히 확인되었다. 그러나 범죄자에게서 정신질환 병력이 발견되면 국가는 감시와 격리를 안전대책이라고 내놓는다. 폭력의 구도에서 가해자의 위치에 정신장애인을 결박시킨다. 개인들은 정신장애인을 피하는 것밖에 할 수 없게 된다. 타인을 의심하게 하는 국가는 개인을 무력하게 만든다. 나를 지킬 방법이 공권력의 보호를 믿는 것밖에 없을 때 보호가 언제든 철회되거나 불완전할 수 있다는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는 그대로다.그러나 어떤 공포는 무시되고 어떤 폭력은 부인된다. 흉악범죄 중 살인, 강도, 방화가 감소하는 중에도 성폭력은 증가해온 구조는 외면된다. 성폭력 범죄로 사회적 파장이 일면 형량을 높이고 엄벌을 천명하면서도 구조적 성차별에 맞서겠다는 국가는 없었다. 범죄로 이어지는 차별과 폭력의 피라미드에 면죄부 주기를 반복했다.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이 폭력이 될 수 있는지 함께 배워야 하고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맺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안전이 위협당한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킬 방법도 익혀야 한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안전을 지킬 방법도 알게 된다. 우리가 우리를 믿을 수 있을 때 우리가 안전해질 수 있다.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받을 수 있기를 탄원한 이들이 많았지만 법원은 특수협박 혐의로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탄원에 함께한 이들은 그의 책임을 덜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그가 자신의 행위에 책임질 수 있기를, 폭력의 구조를 바꾸는 동료시민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려면 그와 함께 책임을 질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차별과 폭력에 맞서 존엄과 권리를 지킬 방법을, 타인을 해치지 않을 방법을 우리가 배우고 익히는 동안 국가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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