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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은 11일 방통위가 지난달 21일 내린 해임 처분을 본안 판결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이사진·경영진 교체 시도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방송장악’ 속도전에 나선 방통위가 경고장을 받은 것이다.
법원은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방통위 주장 대신 방송의 독립성·공정성 보장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이사진 임기를 보장하되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해임을 허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방송문화진흥회법이 추구하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이라는 공익에 더욱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실현을 위해 법률에 규정된 이사 임기 보장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방통위가 제시한 해임 사유도 수용하지 않았다. 방문진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친 사항이라 권 이사장이 이사 개인으로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법리적 판단이다.
MBC와 KBS 등 방송사 이사진을 여권·친정부 인사 우위 구도로 재편한 뒤 사장을 교체하려는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민했다. 최근 한 달 새 공영방송 이사장·이사 5명을 줄줄이 쫓아냈다. 지난달 말 이동관 방통위원장 취임 이후에는 KBS 김의철 사장 해임안을 상정해 공영방송 사장 교체가 임박한 상황이다. 여권 추천 위원이 다수로 재편된 방송통신심의위는 이날 회의를 열어 의결이 보류됐던 안건들에 대해 여권 주도로 중징계를 가결했다. ‘방송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방송을 정권 입맛대로 쥐고 흔드는 시나리오대로다. 정부는 방송뿐 아니라 비판 언론에 대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운운하며 언론 전체를 통제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권 이사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방문진 이사회의 여야 구도를 바꾼 뒤 MBC 경영진까지 교체하려던 정부의 구상은 일단 표류하게 됐다. 방통위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겠다고 했으나, 법적 정당성조차 상실한 ‘방송장악 폭주’를 멈추라는 법원의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과 비판 언론에 대한 태도가 전두환 시대 언론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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