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한가위는 풍성하다.
먹을거리가 넉넉해 인심이 풍성하고, 하늘에 뜬 보름달이 풍성하다. 비가 오거나 날이 흐려도 그렇다. 이미 마음속에 들어찬 까닭이다.동양에서 달을 상징하는 인물은 '시선으로 불리는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다. 오죽하면 우리 노래에"이태백이 놀던 달아"하며 흥겹게 그를 소환했을까.보름달 뜬 가을에 조각배가 기우뚱거리는 것도 잊고 호수에 뜬 달을 건지는 이는 이태백이다. 배 끝에 앉은 동자는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미술 평론가 손철주는 더할 나위 없는 표현으로 이 그림을 해설했다."벗은 나무는 추수요, 맑은 물은 추수며, 달 건지는 가을걷이는 추수다" 이태백이 건지려는 달은 자연을 건지며,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몸짓이다.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뒤늦게 그림 그리기에 전념해 달빛 풍경과 부둣가 정경을 통해 감탄스러운 미감을 자아내는 화가다.'보름달 뜬 휘트비 부두'에 그의 주 소재인 달과 부두를 그렸다. 달무리, 구름, 물, 다리, 배 등 어디 하나 눈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세부 묘사에 뛰어났던 그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나무 그림자로 가득한 길에 드리운 달빛 운치는 '공원 벽 나무 그림자'에서 절정을 이룬다. 잘 찍은 한 장의 야경 사진처럼 명암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고, 혼자 걷는 여인은 달빛 덕에 외롭거나 두렵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그의 그림을 보며 시간여행을 떠날 음악이 필요하다. 드뷔시의 '달빛'이나 베토벤의 '월광'은 초가을 정취를 추수하게 한다. 마음을 부풀리며 추수의 풍요에 빠지게 만든다.현대화가 박상남은 길거리 바닥을 소재로 단순한 추상화를 그리는 화가다.'한가위 보름달만 같아라'는 우리네 덕담은 넉넉한 음식과 숙성된 계절에 힘입은 것만은 아니다. 문득 만나는 달빛이 어떤 계절보다 아늑한 덕이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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