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는 여러 차례 패션쇼 계획이 무산됐음에도 왜 경복궁을 그토록 원했던 걸까.
이탈리아 고가품 브랜드 구찌가 16일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다. 모델들이 옷을 선 보이며 런웨이를 하고 있다. 경복궁의 중심 건물인 근정전은 조선시대 왕실이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는 행사가 열린 곳이다. 사진공동취재단태조 4년 한양천도와 함께 법궁으로 조선왕조 500년의 근간이 된 경복궁. 21세기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상과 전통문화와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문화적 유산이다. 임진왜란 등 수많은 전란으로 소실되었다가 조선말 중건 과정을 거쳤지만 일제강점기 철저하게 파괴된 경복궁은 여전히 제 모습을 찾아가는 긴 여정에 있다. 현재 일제에 의해 훼손된 광화문 앞 월대 복원이 한창이다.
그마저도 서울의 역동적인 600년 역사를 시대별로 보여주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프로보크 서울 같은 근현대 건축물, DDP 등과 함께 역사와 문화의 발전상을 통해 대한민국 패션 브랜드의 가치를 세계에 전달한다는 당위성이 받아들여진 행사의 한 코너였다.명품이라는 '구찌 패션쇼'에 바빠진 문화재청당초 구찌는 지난해 11월 경복궁에서 '구찌 코스모고니' 컬렉션의 패션쇼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해 8월 청와대에서 촬영된 패션 화보가 문제가 되자 문화재청은 부라부랴 취소를 결정했다가 열흘 만에 이를 뒤집었다. 다시 경복궁 구찌 패션쇼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구찌도 행사 예정 보도자료를 냈다.
항간에는 작년부터 추진해온 구찌 패션쇼가 패션과 문화 분야에 열정이 많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관심 사안'이라는 말이 돌았다. 지난 3월 김 여사가 일본 대표 건축가로 꼽히는 안도 다다오와 만나는 자리에 '케어링'이라 인쇄된 책자가 놓여 있어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경복궁은 세계에서도 유례 없는 600년 조선왕조의 역사가 숨쉬는 법궁이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자 선진국 대열에 선 한국의 우월성을,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인정해 준 경이로운 행사라고 찬사를 보내고 뿌듯해해야 하는 걸까.
그러면서 이런 브랜드를 달고 출시되는 선글라스의 소매가는 개당 수백 파운드에 이르지만, 실은 몇 그램의 플라스틱과 유리가 명품이라는 허울 좋은 환상을 걸쳤을 뿐인, 공기처럼 가볍고 하찮은 것들이라고 비판한다. 패션 산업계에서 익숙한 비판이 노동착취, 환경파괴, 성·인종 차별이다. 저개발 국가의 자원으로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착취, 수없이 버려지는 패션 폐품과 가죽 착취로 인한 환경 파괴,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빈부격차와 차별에 노출된 패션 산업의 과시적 욕망의 본질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교묘히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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