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 앞에서 초등학생보다 못한 할아버지가 됐다 세월 택시 지하철 경로우대 박희종 기자
지난 어린이날, 부산에 사는 손녀가 찾아왔다.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 집을 좋아하는 손녀다. 꽃밭을 만들어 물을 주고,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것을 즐기는 손녀다. 초등학교 4학년인 손녀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손녀가 기대하고 있는 어린이날 선물을 묻자 거침없이 캔버스를 받고 싶단다. 손녀를 태우고 아내와 함께 선물을 사러 나섰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사이 손녀는 할머니와 캔버스를 구입하고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
도저히 택시를 탈 수 없어 예약하고 타는 법을 배워야 했다. 더듬거리며 앱을 깔아야 했고 예약해야 했다. 방법을 알고 나니 편하기는 하지만 늙어가는 청춘은 너무 힘겹다. 세월이 더 흘러가면 어떻게 살아갈까? 지하철에선 과거 일본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만나러 갔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동경의 복잡했던 지하철 노선도를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어떻게 표를 구입해야 하고, 어떤 노선을 골라 타야 할까? 경로우대로 무임승차를 할 수 있다는데 어떻게 구입해야 할까? 혼란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에게 부탁하거나, 젊은이들이 차지하고 남은 자리를 잡으려 공항으로 달려가야 했다. 그런데 거기에도 낯선 기계가 앞을 막아선다. 어쩔까 망설이다 여권을 들이밀어도 버벅거리기는 마찬가지다. 도우미를 불러 어설픈 셀프 체크인을 하지만,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세월을 감당하기엔 버겁다.낯선 시스템도 어렵지만, 분위기도 얼떨떨하다. 친구들과 어울려 저녁식사 후 커피숍으로 향했다. 커피숍을 들어서자 젊은이들이 북적대고 있다. 종업원이 다가와 안내하려나 머뭇거리는 사이, 잠시 후에 문을 닫아야 한단다. 젊은이들이 가득한 커피숍이 곧바로 문을 닫아야 한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실제 마감 시간에 가까워져서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으려던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쩐지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다. 커피숍을 되돌아 나오는 우리의 모습이 슬프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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