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뜻을 거역하는 자, 벌을 받는다는 성경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여호와는 큰 물고기 한 마...
신의 뜻을 거역하는 자, 벌을 받는다는 성경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여호와는 큰 물고기 한 마리를 마련해두셨다가 요나를 삼키게 하셨다.” 소설의 원조 의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는 큰 물고기를 상상의 바다 괴물인 ‘리바이어던’으로 적는다. “달아나자, 달아나자! 저건 그 위대한 예언자 모세가 인내심 강한 욥의 생애를 이야기할 때 묘사한 리바이어던이 분명하다.”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도 마찬가지였다. “그 거대한 리바이어던은 소용돌이를 일으켜, 바다를 끓어오르는 냄비처럼 만들었다.”
암각화를 찾아다니는 일 자체도 고역이었다. 발톱이 빠지고, 국경에서 러시아 군인에게 체포되기도 했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만 몰랐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도 아닌 변방의 암각화를 찾아다니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그런데, 놀라운 점이 하나 있다. 강운구 작가의 암각화에 대한 생각과 라스코 동굴벽화에 대해 분석한 철학자 조르주 바타유의 사유에 공통분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타유는 에 다음과 같이 썼다. “다른 무엇보다도 오직 놀이만이, 이러한 초보적인 그림들을 그리도록 할 수 있었다.” 사진작가 강운구는 이렇게 쓴다.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무리의 공적인 제의성보다는 단순히 새기는 재미나 관심사를 그리는 사적인 것들이 더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할 것이다.”
예술의 탄생을 설명하자면 호모 루덴스라는 학명이 적절하겠다. 예술은 자기 만족적인 행위다. 바타유의 말을 빌리자면 예술은 ‘주권적’이다. 부와 권세와 같은 목적을 위해 작품을 만드는 이를 우리는 예술가라 부르지 않는다. 선사시대 예술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냥의 성공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짐승을 많이 잡기 위해서는 그림을 그리는 데 정성을 쏟기보다는 사냥 도구를 개발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짐승을 그리는 이유는 그림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의 이유는 이토록 단순하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선사시대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21세기의 사진가 강운구 역시 고래를 사냥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작가가 도달하는 지점은 다큐멘터리를 넘어서 예술에 다가간다. “유용성과는 반대되는 가치를 지니는 활동”이 예술이다. 강 작가는 “생존에 목적을 둔 세계에 대한 항의”로서 셔터를 누른다.
암각화가 어째서 빛으로 그린 그림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선사시대 사람들이 원시적이었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짐승의 가죽 원피스를 입고 괴성을 지르며 고기를 뜯어 먹는 동물에 가까운 이미지들 말이다. 하지만 온전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그 시대 사람들이 원시인이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들은 현대인보다 더 뛰어난 감각과 지각 능력을 갖추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령 선사시대 사람들은 전기로 만든 빛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태양 빛에 대한 이해는 현대인보다 뛰어났을 것이다. 특정한 계절과 시간에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경이로운 암각화들을 목격한 학자들은 선사인들에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시베리아의 한 암각화는 백야의 저녁 빛에만, 강변의 한 암각화는 강물에 비친 달빛이 닿아야만 속살을 드러낸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도 마찬가지. 기울어지는 태양 빛만이 바위에서 유영하는 고래의 형상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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