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아서] 참여정부 천일야화 30화 _ 사라진 가판
2003년 3월 기업과 관공서 홍보 관계자들이 아침신문 가판을 전날 저녁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03년 7월23일 3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자유무역협정 문제를 토론했다. 안충영, 박태호 교수, 한덕수 산업연구원장, 그리고 경제단체장으로 박용성, 김재철, 김영수 회장이 참석했다. 회의가 끝났는데 시간이 조금 남아 사회를 보던 조윤제 경제보좌관이 “모처럼 오셨으니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 있으면 하세요”라고 권하니 박용성 대한상의회장이 “정책이 불확실하니 큰 그림을 빨리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노무현 대통령이 언짢은 기색으로 “아니 이미 다 제시했잖아요. 과거 우리만큼 제시한 정부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정책실장하고 나하고 네덜란드 모델 이견 없는데 언론은 딴소리하고, 삼성전자 공장 증설도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부터 좀 살리고 해줄 테니 미리 준비하고 있으라고 말했는데…”라고 울분을 한참 토로하다 끝에는 감정을 드러내 미안하다고 했다.
이런 가판 관행은 신문사를 일방적으로 우위에 서게 만드는 무기가 됐다. 신문사는 ‘갑’이고, 관계, 재계는 ‘을’이었다. 노 대통령이 이 잘못된 관행을 일격에 깨부쉈다. 어떻게? 공무원 전체에 지시를 내렸다. 가판 대응하면 문책하겠다. 가판에 일절 대응하지 말고 다음 날 조간 나오기를 기다려라. 혹시 조간에 오보가 나면 그때 정면 대응하고, 언론의 비판이 옳으면 공무원들이 잘못을 고쳐라. 즉 신문 논조를 유리하게 조절하려고 애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언론을 대하라. 그야말로 노무현식 정면승부였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관료들이 가판을 안보니 저녁 식사 시간이 즐거워졌다. ‘저녁이 있는 삶’이 돌아왔다. ‘을’이 가판을 아예 보지 않으니 ‘갑’은 당황했으리라. 가판이 위력을 잃으니 가판 자체의 필요성이 없어졌다. 결국 가판은 사라졌다. 가판 폐지는 큰 개혁이었다. 노 대통령의 독특한 언론관 덕분에 나는 덕을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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