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4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형 참사가 할퀸 자리에 드러난 건 한국 제조업 노동시장의 ‘깊은 어둠’이었다...
지난 6월24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형 참사가 할퀸 자리에 드러난 건 한국 제조업 노동시장의 ‘깊은 어둠’이었다. 한국 사회는 공단에 만연한 불법파견과 ‘위험의 이주화’의 민낯을 목도했다. 참사로 희생된 23명 중 17명이 중국 동포 노동자였다.
그길로 화성으로 향한 박 소장은 지금까지 유가족들의 통역사를 맡고 있다. 참사 후 두 달 째 유가족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는 박 소장은 “아리셀 화성 참사는 한국 사회에 이주민 차별이 실재하고 있음을 확인해줬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그들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한국 노동환경의 문제”라고 했다. 박 소장을 지난 25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참사 후 그의 첫 통역은 유가족들과 ‘아리셀 중대재해사고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의 첫 대면 자리였다. 한국에서 살아 온 유가족은 한국어를 잘 구사했지만, 중국에서 온 유가족들은 통역이 필요했다. 박 소장은 “자리에 모인 열댓 가정이 희생자와의 관계와 사연을 전하는데 마음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박 소장은 최근 화성으로 향한 시민들의 연대 캠페인인 ‘아리셀 희망버스’의 손수건 문구도 ‘초월 번역’했다. ‘희망버스’를 ‘단결버스’로 번역한 것이다. 계기는 한 유가족의 이야기였다. 유족은 박 소장에게 ‘우리가 무슨 희망이 있냐. 우리 다 산송장 같은데 희망 말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희망’이 ‘연대’와 ‘단결’로 번역된 것처럼, 유가족들이 사용하는 단어도 시간이 가면서 변해 갔다. 초기엔 ‘동포’ ‘한민족’ ‘독립운동 후손’과 같은 민족을 강조하며 도움을 호소했다면, 시간이 지나선 중국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 ‘연대’나 ‘끝까지 싸우겠다’ ‘동지’ 등의 단어를 통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게 됐다고 박 소장은 말했다.박 소장은 유가족을 도우며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이주노동자 차별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만약 희생자가 모두 내국인 노동자였다면’이라는 가정을 그는 자주 떠올린다. 그는 “모두 내국인이었다면 정부와 시청 등 국가 행정이 희생자들에게 이런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을까”라며 “제대로 교섭에 임하지 않는 아리셀도 이들이 이주노동자라 흩어지기 쉽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사 작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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