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학 최고 권위자’ 판 깔아준 게 누구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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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학 최고 권위자’ 판 깔아준 게 누구였더라: 지난해 3월 당시 대통령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백재권씨가 방문했다고 경찰이 결론내렸다는 KBS 단독 보도에 여야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그런데 국민의힘 논리가 이상하다. 김민수 대변인은…

그런데 국민의힘 논리가 이상하다. 김민수 대변인은 “민주당은 금세 말을 바꿔 조선시대 왕실 터를 정하듯 풍수가가 대통령 관저를 정했다며 또다시 근거 없는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백재권 교수는 미래예측학 박사로서 풍수지리학의 최고 권위자다”라고 밝혔다. 애초 역술인 천공이 공관 방문 의혹 당사자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말을 바꿨다는 공세는 가능할지 몰라도 백재권씨를 풍수지리 전문가라고 강조한 것은 한참 잘못 짚었다.

해당 의혹은 공권력의 공정성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반대편 진영에 대해선 공권력을 동원한 ‘압수수색 정치’를 통해 깔아뭉기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는데 불리한 이슈에 대해선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정황이 드러난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해당 의혹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천공이나 백재권씨를 직접 수사하지 않았다. 공관 방문 자체로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도 참고인 조사를 통해 방문 사실만 확인한 것이다. 판을 깔아준 건 언론이었다. 백씨를 대중에 알린 건 중앙일보 고정 필진으로 참여한 칼럼의 영향이 컸다. 백씨는 관상학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백재권의 관상·풍수”라는 코너를 통해 공적 인물을 분석해왔다. 2017년부터 무려 99회 연재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RM은 힘과 카리스마 넘치는 표범상이라며 “성상과 관상이 일치가 잘 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관상”이라고 분석하는 식이다. 관상이 공적 인물을 향한 평가의 소재로 쓰이면 뒷말을 낳을 수밖에 없다.

미디어오늘은 2019년 성폭력 가해자인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를 “순박한 인상을 지녔다”고 표현하고, 피해자인 심석희 선수에 대해선 “상처가 얼굴에 투영되기 때문에 관상을 보면 잡아낼 수 있다”고 쓴 백씨의 칼럼을 문제삼았다. 비판 여론이 일자 중앙은 칼럼을 삭제했고 연재 횟수 100회를 앞두고 전격 폐지했다. 중앙일보 역시 백씨의 칼럼 내용이 언론 윤리에 크게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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