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생명체, 우주여행, 행성 식민지를 둘러싼 과학의 유감 아메데오 발비 지음, 장윤주 옮김, 황호성 감수 l 북인어박스 l 1만7500원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영상 속 화성은 얼핏 매력적으로 보인다. 지구의 어느 사막을 닮은 친숙한
2012년 8월6일 화성에 착륙한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2016년 1월 ‘나미브 사막’에서 찍은 ‘셀카’. 초콜릿색 모래 언덕에 큐리오시티가 지나간 바퀴 자국이 선명하다. 나사 제공/AFP 연합뉴스큐리오시티가 보내온 영상 속 화성은 얼핏 매력적으로 보인다. 지구의 어느 사막을 닮은 친숙한 지형에 생명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황량한 풍경은 탐사 로봇의 이름에 걸맞게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당장이라도 짐을 챙겨 떠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여기 그런 충동을 제어하는 목소리가 있다.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이탈리아의 천체물리학자 아메데오 발비가 쓴 책 제목이다.
1969년 7월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다른 천체에 발을 디딘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아폴로 우주선의 달 탐사는 1972년 12월까지 이어졌으며, 단 12명만이 달 위에 발자국을 남겼다. 그 뒤 오랫동안 시들했던 우주탐사와 우주여행 불길이 21세기 들어 다시 타오르고 있다. 중국은 2019년 달 뒷면에 세계 최초로 무인 탐사선을 착륙시켰고, 2021년에는 러시아와 함께 다음 10년 안에 영구적인 달 기지를 만들기 위한 공동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도 중단했던 달 탐사를 재개해 향후 몇 년 안에 영구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다가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는 경쟁적으로 상업적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화성에 1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건설한다거나 지구 바깥 궤도에 인간 거주지를 마련한다는 등의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지난 세기의 우주탐사 경쟁이 주로 미국과 소련 사이의 자존심 대결 양상을 띠었다면, 최근의 열기는 그와는 다른 맥락을 지닌다.
아메데오 발비는 이 책에서 호킹과 머스크 등의 주장이 지닌 의미와 현실성을 전문가의 눈으로 냉정하게 들여다본다. 외계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과 탐험의 역사를 되짚고, 지금 나와 있는 우주탐사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며, 인류의 지구 밖 진출 주장에 담긴 함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인간의 달 ‘정복’ 역사도 어느새 반세기를 넘어섰지만, 달에 정착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달에서는 지구 표면보다 최대 1000배 더 많은 우주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고, 기온은 섭씨 130도에서 -170도를 오간다. 달의 하루에 해당하는 자전 주기는 무려 29일이나 걸리기 때문에 지구의 반달에 가까운 긴 밤을 견뎌야 한다. 태양계의 이웃 행성인 금성으로 눈을 돌려보자. 금성의 지표면 온도는 섭씨 500도에 육박하고, 표면 압력은 지구 바닷속 1킬로미터 지점과 비슷하다. 게다가 대기에는 매우 강한 독성과 부식성 물질이 가득하다.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가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화성은 어떨까.
화성의 평균온도는 섭씨 -60도 정도지만, 가장 낮을 때는 섭씨 -150도 이하로 떨어진다. 화성 대기의 95퍼센트는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고, 그나마 희박한 탓에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 표면 중력은 지구의 약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수시로 불어대는 모래 폭풍은 전자 장비와 태양 전지판에 큰 손상을 줄 수 있다. 2004년 화성에 착륙해 활동해온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가 2019년 모래 폭풍 여파로 작동을 멈추기도 했다.머스크는 원자폭탄으로 화성 극지의 얼음을 녹여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를 만들어냄으로써 화성 온도를 높인다든가, 귀환에 필요한 연료인 메탄과 산소를 화성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등의 제안을 내놓았지만, 충분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 방사선 차단, 식수와 식량 확보, 공기 공급, 저중력 적응, 원료 추출, 에너지 생산 등 문제에 관한 접근 가능한 해결책이 없다.” 머스크와 베이조스 등이 추진하는 우주탐사는 “경제적 이권 다툼”일 뿐이라는 게 발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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