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은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지만, 반도체 경기 둔화와 트럼프 정책 변화 등 다양한 불확실성으로 새해 수출 전망은 침체된다.
한국 수출 실적이 지난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얼어붙었던 반도체 경기에 ‘인공지능(AI)발 훈풍’이 불면서 수출 규모가 대폭 늘어난 덕이다. 새해에는 반도체 업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큰 데다 ‘ 트럼프 변수’마저 도사리고 있어 수출 경기를 둘러싼 먹구름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6.6% 많은 614억달러로 집계됐다. 2023년 10월(4.9%)부터 15개월 연속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7월(13.9%) 뒤로 11월(1.4%)까지 둔화해온 수출 증가율이 다시금 확대됐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6838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1년 만에 8.2% 불어난 끝에 2022년 기록(6836억달러)을 2억달러 차이로 앞질렀다. 국제유가가 안정적 추이를 보인 영향으로 수입액은 1.6% 줄어든 6320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면서 무역수지는 2018년 이후 최대 규모인 518억달러에 이르렀다.수출 호조를 이끈 건 단연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43.9% 증가한 1419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구형 반도체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12월에도 한해 전보다 31.5% 늘어나며 전체 수출 증가세 확대를 이끌었다. 인공지능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수요가 크게 불어난 영향이다. 2021년 이후 높은 가격에 수주한 배가 인도되면서 지난해 선박 수출도 17.6% 늘었다. 새해에는 수출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적잖을 전망이다. 일단 수출 증가세를 이끌어온 반도체 경기가 휘청이고 있다. ‘인공지능발 훈풍’도 스마트폰·컴퓨터(PC) 시장에서 부는 찬바람을 상쇄하지 못하는 양상이 점차 짙어지고 있는 탓이다. 중국발 물량 공세도 위협적인 요인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새해 1분기에 고대역폭메모리를 제외한 일반 디램 가격이 8~13%, 낸드 가격이 10~15%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트럼프 2기’에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호무역주의도 관건이다. 주요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한국의 수출 실적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이 경우 미국 소비자의 수입품 수요가 줄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이 9.3~13.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미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짙다. 한국 수출액 가운데 미국 비중은 2020년 14.5%에서 지난해 18.7%로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1위 중국(19.5%)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무역수지를 놓고 보면 미국 의존도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치인 557억달러 흑자였다. 전체 무역수지(518억달러 흑자)보다 규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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