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레시피, 수도원 맥주는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맥주 펍 술집역사 술집 윤한샘 기자
"108조. 맥주를 파는 아낙네가 값을 곡물로 받지 않고 은을 달라고 요구한다거나, 좋지 않은 재료를 써서 맥주의 품질이 나빠진다면, 여인을 붙들어 처벌을 내린다. 물속에 빠뜨려 죽일 수도 있다. 110조. 여사제가 술집을 열거나 술을 마시러 들어간다면, 화형에 처한다."108조는 술집에서 곡물을 암암리에 대체하던 은을 국가가 통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9조는 기원전에도 술집이 정보 교환의 장이었다는 것을, 110조는 매춘이 성행하던 술집에 여사제가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술집이 단순히 술을 먹던 곳이 아니라는 건, 수천 년 전 현무암에 각인된 법전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로마 이전까지 술집은 흔한 곳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돈을 내고 술을 사 먹는 행위를 천박하게 생각했다. 상류층은 노예들이 재배한 포도에서 와인을 만들거나 진상품을 마시곤 했다. 방문한 손님들에 대한 무상 접대는 당연한 예의였다.
양조도 중요한 일과였다. 수도원이 방문객에게 음식과 음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당연했다. 와인과 맥주도 그중 일부였다. 수도사들은 계획대로 하루 일과를 보내며 규칙적으로 양조에 힘을 쏟을 수 있었다. 글로 전수되는 레시피는 평민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중요한 지식이었다. 수도원 맥주는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은 수도원에서 관혼상제를 함께 했다. 과도한 음주는 멸시의 대상이었지만 음주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수도사들에게도 과음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수도원은 자연스럽게 맥주 양조장을 하나씩 품고 있었다. 거대한 양조장이 있던 스위스 장크트 갈렌 수도원과 자급자족하기 위해 맥주를 만든 트라피스트 수도원, 천년의 양조 역사를 품은 벨텐부르크 수도원은 맥주와 수도원이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중세 시대 수도원은 술집의 역할을 대신하던 공간이었다.
사람과 재화가 흐르자 머물고 먹을 곳이 필요했다. 타베르나, 가스트하우스, 인, 에일 하우스 등 이름과 규모는 달랐지만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공간이 도시와 항구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숙박과 음식, 술이 판매됐고 연회, 공연, 매춘, 도박도 벌어졌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정보의 공유였다. 대부분 문맹이었던 하층민들은 술집에 도는 소문이 중요한 정보였다. 무역상들도 전쟁과 규제 같은 민감한 정보를 술집에서 교환했다. 하지만 권력은 술집에 대한 통제권은 놓지 않았다. 신성로마제국에서 영주와 교회는 맥주의 재료였던 그루트 판매권으로 양조와 술집 허가에 관여했고 왕권이 강했던 영국에서는 왕이 직접 양조 허가를 관할하며 이득을 취했다. 때로는 영주와 수도원에서 양조한 술을 강매하기도 했다. 지박령 같던 상류층을 밖으로 끌어낸 건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이었다. 산업혁명으로 세계 무역의 중심이 된 런던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인과 에일 하우스는 방문객들의 수요에 따라 여관, 레스토랑, 펍으로 분화됐다.
17세기 엘리자베스 시대에 시작된 펍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절정을 맞는다. 이때부터 상류층들도 펍을 찾았다. 내부에는 계급별로 들어갈 수 있는 방이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귀족과 자본가는 살롱과 팔러라는 방에서 술을 즐겼다. 시간이 지나며 상류층들은 고급 살롱과 클럽처럼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맥주도 구분했다. 노동자들이 다크 에일 포터를 좋아했다면 상류층은 알코올이 높고 진한 로버스트 포터나 색이 밝은 페일 에일을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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