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메뉴는 만든 즉시 먹어야 가장 맛있다.
커피는 참 이상합니다. 필수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마시는 걸까요. 생존을 목적으로 진화한 인간에게 쓴맛은 독, 신맛은 부패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맛을 넘어 신맛과 쓴맛까지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죠. 커피가 바로 그렇습니다. 바리스타 정동욱의 ‘커피 일상’에서는 오랜 시간 각인된 본성마저 거스르며 이 검은 액체를 거리낌 없이 사랑하게 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사장님이 커피집의 실력을 한잔의 커피로 알고 싶을 땐 카푸치노를 먹어보라고 하셨잖아요.” 우리와 함께 일하는 연재씨의 이모님과 사촌 오빠가 카페를 찾아왔습니다. 가족에게 어떤 커피를 추천하는지 궁금해 멀리서 지켜보니 카푸치노를 권하더군요. 연재씨의 말대로, 카푸치노는 커피집의 기술이 집약된 메뉴입니다. 카푸치노 한 잔을 제대로 만드는 집이라면 다른 메뉴 역시 맛있을 확률이 매우 높지요. 저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연재씨는 우유를 준비합니다.
우유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더 뜨거워지기 전에 충분한 거품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뜨거운 우유에서 만들어진 거품은 거칩니다. 목표는 처음 스팀 피처에 담았던 우유 높이의 절반, 그러니까 부피가 150%가 될 때까지 거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거품을 충분히 만든 후 스팀 봉을 다시 수면 아래로 넣습니다. 스팀 봉의 방향을, 우유와 거품이 뒤섞인 이 액체 비슷한 물질이 스팀 피처 내에서 크게 회전할 수 있는 무게 중심으로 고정합니다. 이때 우유의 표면은 반짝이듯 윤기가 흐르는 느낌이 좋습니다. 푸석한 상태라면 실패죠. 스티밍을 멈추는 시점은 우유 온도가 65도를 넘기 전, 바로 지금입니다.이 순간이 가장 극적입니다. 하루의 노고를 모두 잊게 하는 순간이죠.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일에는 고됨과 귀찮음이 동반되기 마련입니다. 커피를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인데, 고된 육체노동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정신노동이 동시에 진행돼 에너지를 상당히 소모하게 만들어요.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의 에스프레소 사이로 하얀 스팀 우유가 침투합니다. ‘침투한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닙니다. 이때의 에스프레소와 스팀 우유는 어떤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고밀도의 액체 상태니까요. 커피잔에 우유가 70% 이상이 차오르면 스팀 피처를 잔에 붙여 하얀 우유 거품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잔이 넘칠 듯 스팀 우유를 붓습니다. 넘칠 것 같지만 넘치지 않는 것은 액체의 표면장력 때문입니다. 잔 받침에 티스푼을 얹어 바로 손님에게 서빙합니다.카푸치노는 만든 즉시 먹어야 가장 맛있습니다. 그래서 카푸치노는 한 잔씩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간혹 일행인 손님 두 명이 모두 카푸치노를 주문할 때가 있습니다. 먼저 카푸치노를 받은 손님은 혼자 마시기 미안해 상대의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죠. 그러는 사이 공기보다 가벼운 거품은 커피의 수면으로 떠오르고, 무거운 액체는 중력이 작동하는 방향으로 가라앉죠. 소위 층이 분리되고 맙니다.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제 속은 타들어 갑니다.
카푸치노는 향보다 식감이 먼저 느껴지는 커피입니다. 꽉 차 있는 밀도가 주는 포만감 때문인지 허기를 채워주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카푸치노는 ‘마신다’는 표현보다 ‘먹는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커피의 향은 카푸치노를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삼키는 동안 고소하게 전해지기 시작하죠. 그러는 사이에도 거품과 거품이 아닌 것들은 조금씩 분리되어 버립니다. 그러고 보면 카푸치노란 ‘어떤 상태’에 해당하는 듯합니다. 완성한 후 아주 잠시만 허락되는 특별한 순간의 상태이죠.카푸치노를 손님에게 드릴 때 빼놓지 않는 말이죠. “이건 좀 다르게 생겼네요. 카푸치노는 보통 하얀 우유 거품이 올라가고 그 위에 시나몬 가루가 올라가지 않나요?” 그렇게 만드는 방식을 ‘드라이 타입’이라고 합니다. 거품을 따로 올려주죠. 그래서 거품층이 더 두껍게 올라갑니다. 거품층이 얇고 스팀 우유가 더 들어간 것을 ‘웻 타입’이라고 합니다. “아, 이거 진짜 맛있네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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