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물색하던 탄핵 정국 때…김종인 대뜸 “朴 만나고 싶다” [박근혜 회고록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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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순환 출자를 해소하는 방안을 두고 김 전 의원은 기존 순환 출자까지 모두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를 엄청 욕했지만, 가령 자신들이 절대 과반 의석을 갖고 있던 문재인 정부에선 기존 순환 출자까지 전부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나? 공정위 전속 고발권 완전 폐지는? 자신들도 못했다. 만약 김 전 의원 주장대로 기존 순환 출자까지 한꺼번에 금지했다면 재계에 큰 혼란이 벌어졌을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졌을 것이다.

박근혜 회고록 관심 2012년 대선 때 최대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는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에 참여했던 김종인 전 의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김 전 의원은 1987년 개헌 때 헌법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분이다. 김 전 의원은 과거 17대 국회에서 새천년민주당 소속 비례대표였는데 당시 나와 가까운 사람을 통해 나를 한번 만나고 싶다는 요청을 해와 만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인연이 있다. 나는 당 비대위를 꾸릴 때 김 전 의원이 꼭 우리 당에 필요한 분이라고 판단, 도와달라고 요청해 승낙을 받았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을 새로 고칠 때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다 알려져 있듯이 나와 김 전 의원의 관계는 아름답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분은 자기 주관이 너무나 확고해 자신과 다른 의견은 좀처럼 수용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김 전 의원은 비대위가 가동되자마자 당 강령에서 ‘보수’란 표현을 빼자는 주장을 펴 당 내 인사들과 마찰을 빚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재오 의원 공천 방침에 항의한다며 갑자기 비대위원을 그만두겠다고 해 나를 당황하게 한 적도 있다. 김종인 끌어안고 싶었지만…동의 힘든 주장 고수했다 2012년 10월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중소기업 타운홀미팅 및 정책간담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김종인 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나는 기존의 주변 인사들과 김 전 의원 사이에 불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찌 됐든 내가 꼭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해 모셔왔던 만큼 어떻게든 끝까지 김 전 의원을 잘 끌어안고 싶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나로서도 동의하기 힘든 주장을 계속 고수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재벌의 순환 출자 이슈였다. 순환 출자는 계열사 A가 B사, B사는 C사, C사는 다시 A사의 지분을 소유하며 서로 물려 있는 구조다. 순환 출자는 재벌 오너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금으로 많은 계열사를 소유할 수 있게 만들어 여러 폐해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나도 순환 출자 구조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순환 출자를 해소하는 방안을 두고 김 전 의원은 기존 순환 출자까지 모두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진짜 그렇게 된다면 재벌을 해체했다는 후련함은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런 식으로 재벌을 해체해 버리면 숱한 대기업들이 곧바로 외국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된다. 재벌 오너들이 경영권 방어에 막대한 돈을 써야 해 투자할 여력도 부족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국민 경제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기존 순환 출자는 인정하되 신규 순환 출자는 금지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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