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경찰국장의 수상한 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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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경찰국장의 수상한 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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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에 물들어가는 운동권에 회의를 느껴서 고향으로 내려갔고 1989년 7월 대공분실을 찾아가 자백했다. 체포 대신 ‘대공 특채’를 소개해줘 새 삶을 살게 됐다.” 김순호 본인의 해명이다. ✍🏻김형민(SBS Biz PD)

학살의 주역들이 대놓고 사람들을 깔아뭉개던 1980년대의 대한민국이었지만 용감한 젊은이들의 싸움이 멈춘 적은 없었다. 권력자들이 ‘이만하면 잠잠하겠지’ 한숨을 돌리는 그 순간 데모가 터졌고, ‘이 정도면 겁먹겠지’ 하고 안심한 등 뒤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 끈질긴 저항을 분쇄하고 싶은 정권도 온갖 수법을 동원했는데 그중에는 ‘프락치 공작’도 있었지. 프락치란 상대 진영인 양 위장하여 활동하며 정보를 빼내거나 조직을 교란했던 이들이야. 한국외국어대 85학번 윤석양은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1990년 5월 입대했다. 철원으로 자대 배치를 받은 뒤 정신없는 이등병 생활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호출이 왔다. 국군보안사령부 요원들이었어. “너 혁노맹에 있었지? 다 알고 있어.” 이후 그는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 끌려가 혹독한 심문을 받았어. 보안사 요원들의 요구는 자기들의 프락치가 되라는 것이었지.

윤석양은 정확히 탈영 2년 후, 1992년 9월23일 헌병대에 체포된다. 수형 생활 중에 만난 왕년의 동지는 윤석양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퍼부었다고 해. 출옥한 뒤에도 어떤 옛 동료는 그에게 극언을 쏟아내며 무시하고 질타했을 정도였지. 윤석양 역시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피할 수 없어서 오랫동안 은둔에 가까운 세월을 보내야 했단다. ‘밀정국장’이라면 모를까 윤석양은 프락치 노릇을 했다. 하지만 그는 끝끝내 무너져가던 양심의 대들보를 일으켜 세움으로써 인간의 존엄함을 구현하고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어. “양심의 소리는 아주 작고 고요하지만 때로는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듣기조차 거북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라는 토로에서 윤석양의 고뇌가 얼마나 치열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거야. 끝내 그 소리에 귀를 막을 수 없던 그가 보안사를 탈출하던 날은 인간의 존엄함의 빛이 어둠을 가르는 순간이었고, 인간의 존엄함을 기본 원리로 하는 민주주의가 승리한 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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