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명의 대학교수가 1960년 4월 25일 서울대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했던 역사적 순간을 떠올리며, 현재의 교수들이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국선언은 4·19 당시와는 다르게 국민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희생을 바탕으로 한 명분의 부족, 위험성의 부재, 이중 잣대, 그리고 학생들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이 이런 차이를 가져오고 있다.
1960년 4월 25일 오후 3시 27개 대학교수 258명이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 모여 14개항 시국선언 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서 교수들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3·15 부정선거와 4·19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즉시 하야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400여 명의 교수들이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 시내를 행진하며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다. 당시는 계엄 상황이었기에 교수들의 시국선언 은 국민들에게 ‘지식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제자들의 희생을 더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 교수들이 나섰다는 거룩한 명분. 이는 학생과 시민들로부터 열광적인 호응을 끌어냈다. 흑백의 사진으로 기록된 교수들의 시가행진은 제1공화국 몰락의 결정적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이유가 있다. 첫째, 명분의 부족이다. 민주당에선 “이승만 정권의 비참한 전철” 운운하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검을 거부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말한다. 둘째, 하나도 위험하지 않다. 요즘 시국선언 한다고 누가 잡아가는가? 대학가에서 한마디 했다가 고초를 당한 유일한 사례는 문재인 정권 시절 ‘표창장이 위조’라고 했다가 감사받고 쫓겨난 동양대 총장의 경우. 그때 그들은 모두 침묵했었다. 주목할 것은 두 현상 사이의 이 현격한 온도 차다. ‘뜨거운’ 선언의 열기와 ‘썰렁한’ 사회의 분위기. 이 온도 차는 이번 시국선언이 일반의 민심보다는 외려 민주당에서 밀어붙이는 탄핵 드라이브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국민들은 모르지 않는다. 또 하나 국민들이 모르지 않는 게 있다. 즉 ‘탄핵’, ‘하야’와 같은 극단적 시나리오가 사법 리스크에 걸린 누군가의 대권 시간표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 그래서 국민이라는 배우들이 그 시나리오에 맞춰 연기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진중권 대학교수 시국선언 탄핵 하야 4·19 명분 이중 잣대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고려대 교수 152명의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 “민주공화국 근간이 뒤흔들린다” [전문]쏟아지는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
Read more »
진중권, 1960년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대한 현대적 해석1960년 4월 25일, 서울대학교에서 258명의 교수들이 14개 항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이승만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했다. 당시 교수들의 시위는 국민들에게 지식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졌으나, 현재의 시국선언은 냉랭한 반응을 얻고 있다.
Read more »
진중권 교수, 1960년의 시국선언과 현대 교수들의 무관심1960년 4월 25일 서울대학교에서 교수 258명이 모여 이승만 대통령에게 3·15 부정선거와 4·19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즉시 하야와 재선거를 요구한 시국선언과 비교해, 현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사회적 반향이 적고 명분이 부족하다는 내용.
Read more »
대통령에 대한 부끄러움…교수 시국선언 3천명 넘었다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주변 한 카페에 수업을 마친 교수 8명이 모였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와 국정농단 의혹 보도가 쏟아지던 저녁이었다. 그 자리에서 김진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미국문화영어학과)는 생각했다고 한다.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는 현 상황에
Read more »
[사설] 교수들의 줄잇는 시국선언, 민심의 준엄한 경고다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가천대에 이어 한국외대, 한양대, 숙명여대, 인천대 교수들이 이름을 걸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농단과 민주주의 훼손을 꾸짖고 있다. 박근혜 정부 말기를 연상하게 하는 연쇄 성명 사태다. 최고 지성들이 쏟아내는 비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
Read more »
“여사가 시키니 결국 사과 흉내만”…시국선언 나섰던 교수들의 실망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 내용을 두고, 최근 잇따른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던 대학교수들이 “듣고 싶었던 답을 듣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교수 시국선언을 비롯해 시민이 요구했던 답변이나 사과는 찾아볼 수 없어 오히려 퇴진 요구가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