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쓰는 택배 이야기]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인 관계가 요청되는 시대
택배도 기사마다 일하는 요령과 방식이 다 다르다. 물론 배송 환경에 따라 꽤 달라진다. 아파트 배송이 많은 기사의 경우 하루 200~300여 개를 배송해도 고객과 얼굴도 마주치기 힘들다. 반면, 동네 위주로 배송하는 경우 고객은 물론 이웃 주민들과 가게 주인, 야쿠르트 여사님까지 두루 만나게 된다.
가끔 내가 정신없이 잘못 배송한 물건을 대신 찾아주기도 했다. 나 역시 아파트 입구에서 그들은 만나면 함께 올라가야 할 물품을 달라고 하여 대신 배송해 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동업자 정신이 뿜어나온다.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몇 살 위 동료 기사 형님이다. 그의 배송구역을 하루 함께 돌아본 적이 있었다. 벼르던 아내와의 해외여행을 위해 내게 한 주간동안 구역배송을 맡아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택배기사가 아니라 통반장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일단 오가는 동네 어르신들은 거의 다 안다. 이름까지 불러가며 '어디 가느냐, 지난번에 아픈 데는 다 나았냐, 한동안 안 보이던데 어디 갔었냐'는 등 모르는 게 없었다.
형님 기사와 주택가 골목에 정차해 놓고 배송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열 살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슬금슬금 트럭으로 오더니 정확히 분간할 수 없는 말을 건넸다. 요즘 시대에 어린아이가 택배 차량에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동료가"그래, 지금은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는 중이니까 너랑은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고 하니, 알아들었다는 듯 아이가 갔다. 사실 택배기사가 부부 여행을 위해 휴가를 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가 내게 그런 요청을 했을 때 두말없이 수락했다. 오래전 사업 실패로 가족들을 고생시켰다는 미안함이 많은 그는 그런 아픔이 있고 나서 가족에게 정말 잘한다. 특히 고생한 부인에게 잘하려는 진심 어린 행동을 잘 알고 있기에 그 부부의 여행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사람이 타인의 삶을 보며 좋은 자극을 받고 변해가려는 마음을 갖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그동안 나도 꽤 잘한다고 자부했지만, 그 일 이후 배송 태도에 더 신경 쓰게 되었다. 배송 중 만나는 고객에게 최대한 밝게 인사하고 이런저런 부탁을 받으면 최선을 다해 처리해 주려고 한다. 어느 날은 점심 식사 때인데도 따뜻한 가을 햇볕만 쬐고 있는 할머니에게 배송 중 내가 먹으려고 준비한 밤빵을 나눠드리고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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