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의 구럼비를 사랑하고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에 물러섬 없이 맞섰으며 교단 내 성폭력 피해자와 해고 노동자, 철거민 곁에 섰던 이다. 📝 김다은 기자
어깨에 두르는 무지개 가운이 가로로 누워 있었다. 무지개 십자가와 묵주, 반려동물 축복식 때 썼던 물건도 있었다. 함께 살던 동물 다섯 마리의 사진 옆에는 활짝 웃는 고인의 사진이 세워져 있었다. 임보라 목사다. 1968년에 태어나 2023년 2월4일 생을 마쳤다. 향년 55세. 제주 강정의 구럼비를 사랑하고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에 물러섬 없이 맞섰으며 교단 내 성폭력 피해자와 해고 노동자, 철거민 곁에 섰던 이다. 3월11일 고 임보라 목사 추모문화제가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원래 임 목사의 모교인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예배당에서 열 예정이었지만, ‘성소수자들의 발언과 공연을 축소하라’는 조건을 내세우며 대관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급하게 찾은 장소였다. 추모사를 읽는 한 명 한 명이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임왕성 강정개신교대책위원회 목사는 고인을 이렇게 떠올렸다.
숙였던 고개를 들 때 목사님 얼굴에 가득했던 설렘과 환희, 예복을 펄럭이며 나설 때의 당당함, 꽃잎을 뿌리며 행복해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2017년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이단대책위원회가, 2018년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가 주축이 되어 임보라 목사에게 이단 및 이단성이 있다며 친교교류 금지 결정을 내렸다. 임 목사가 〈퀴어성서주석〉 발간을 위한 출판위원회에 참여하고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였다. 201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이단대책위원회에서 작성한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 조사 보고서에는 임 목사가 ‘인본주의적이고 박애주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활동하는 자이고 ‘임보라 목사의 글들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인권을 중시하는 따뜻하고 온유한 성품을 가진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였다. 보고서에는 “인권적 측면에서 동성애는 이해 가능하고 동정의 대상일 수는 있지만, 분명 하나님의 말씀이 금하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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