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혜화, 동〉을 연출한 민용근 감독이 이번에도 캐릭터를, 이야기를, 배우와 관객을, 최선을 다해 아끼고 사랑하는 게 느껴져서 특히 좋았다. 📝 김세윤의 비장의 무비
미소를 짓는 건 중력을 이기는 일이다. 눈물은 중력에 굴복해 아래로 흐르지만 미소는 중력을 거슬러 입꼬리를 잡아 올린다. 빌리 엘리어트를 새처럼 떠오르게 만든 발레처럼, 별을 향해 우주비행사를 쏘아 올리는 로켓처럼, 누군가를 미소짓게 하는 사람은 그 누군가를 땅에서 하늘로 밀어 올리는 존재다. 열한 살 여름에 처음 만난 전학생 미소가 하은이에겐 그런 사람이었다. 미소 덕분에 미소 짓는 날이 매일이었다. 미소는 꿈이 많았고 하은이는 겁이 많았다. 미소는 높은 데 오르는 게 좋았고 하은이는 높은 데 서 있는 미소를 보는 게 좋았다. 마음껏 추상화를 그리는 미소였고, 정성껏 세밀화를 그리는 하은이였다. 여러모로 달랐지만 그러므로 친구였다. 둘만 존재하는 우주였다. 서로가 서로의 중력이었다. 그 중력을 거슬러 하은이를 미소 짓게 하는 다른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영화 〈소울메이트〉는 미소와 하은 사이에 진우가 끼어든 열일곱 살의 여름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소 대신 ‘안생’, 하은이 대신 ‘칠월’이 주인공인 원작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가 개봉한 2017년 겨울, “따지고 보면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인데도 “나는 대책없이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라고 이 지면을 통해 고백한 바 있다. 영화 소개라기보다 차라리 팬레터라 해도 좋을 글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 ‘두 여자의 우정’이 아닌 ‘한 여자의 성장기’로 해석해 연출했다는 감독. “어떤 나이에는 안생에 더 가까웠다가 자라면서 칠월에 가까워지는” 여성의 이야기로, 그렇게 “여성이 자신과 싸우며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보이길 원했다. 다행히 내 눈엔 그렇게 보였고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더 좋아졌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세련된 통속극’이자 ‘섬세한 성장영화’이며 무엇보다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멋진 여성영화’다.” 그 마음 그대로 이번에도 나는 〈소울메이트〉와 사랑에 빠졌다.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한시대 마감' SM 주총날...이수만이 읊은 노래 가사 | 중앙일보“제가 오래전에 가수로서 불렀던 노래 가사가 이 모든 과정을 대변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rSM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Read more »
두 흑인 여성 작가가 기억하는 서로 다른 두 어머니두 흑인 여성 작가가 기억하는 서로 다른 두 어머니 자미 모성 마야_안젤루 엄마,_나_그리고_엄마 오드리_로드 윤일희 기자
Read more »
김재원, '전광훈 '전'자도 다시 안 꺼내겠다'‥셀프 사과면 끝?5.18 정신을 헌범에 수록하는데 반대한다, 전광훈 목사가 보수우파를 천하통일했다, 잇따른 망언 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이번에도 사과했습니다. 진심으...
Read more »
'계엄 문건' 조현천 구속영장 발부...핵심 의혹은 빠졌다 | 중앙일보'증거 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r계엄 문건 조현천 구속영장
Read more »
''하얀이'와 출퇴근 합니다'…시각장애 유튜버, KBS 앵커된다 | 중앙일보오는 4월 3일부터 'KBS뉴스 12'의 생활뉴스 코너를 맡아 진행합니다.\r유튜버 허우령 KBS 앵커
Read more »
[이미지로 여는 책] ‘어린 왕자’와 이야기하던 조종사의 손이 여기 있네어린 왕자, 영원이 된 순간은 어린 왕자의 프랑스어 초판을 출간했던 갈리마르 출판사가 출간 8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책. 뉴욕 모건도서관·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고, 지금까지 한번도 노출된 적 없는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자필 원고·수채화 원화 등을 처음으로 담았다.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