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지자체는 발칵 뒤집히고 있습니다.\r박병화 조두순 김근식
“성범죄자 박병화는 화성시를 떠나라”
이달부터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의 한 골목에선 오전 10시와 오후 2시마다 이런 구호가 울려 퍼진다. 화성시 각 단체와 읍·면·동 주민들이 매일 돌아가면서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어서다. 동네 곳곳에는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는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렸고, 골목 입구에 마련된 시민 게시판엔 박병화의 화성시 거주를 반대하는 쪽지가 수백장 붙었다. 주민 김모씨는 “박병화가 거주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연일 집회가 열리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이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등 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수원 발발이 박병화 거주에 화성시 비상 박병화는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수원시 일대에서 여성 10명을 성폭행해 이른바 ‘수원 발발이’로 불린다. 지난달 31일 징역 15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이후 이 골목의 한 건물로 이사왔다. 박병화의 모친이 출소 며칠 전 해당 원룸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화의 집에는 출소 전후로 생수와 쌀 한 포대 등이 전달됐다고 한다. 교정 당국에 “한 달 동안은 외출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박병화는 현재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뒤늦게 박병화의 지역 거주 사실을 알게 된 화성시는 발칵 뒤집혔다. 박병화가 사는 동네는 120m 떨어진 곳에 대학교가 위치해 있는 등 대학생과 인근 공단 직원 등 1500가구가 사는 원룸촌이다. 500m 떨어진 곳엔 초등학교와 유치원도 있다. 박병화가 거주하는 건물의 집주인은 임대차 계약 해지 의사를 밝히고 건물 인도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조두순이 아내와 사는 안산시 단원구의 한 주택가는 곳곳에 ‘방범용 CCTV 녹화 중’이라는 알림판과 360도 감시가 가능한 CCTV가 설치돼 있다. 길 한쪽의 경찰 특별 치안센터 앞은 순찰차가 자리를 지키고 있고, 경찰관들은 2인 1조로 동네를 순찰한다. 안산시가 자체적으로 채용한 순찰 요원 9명도 24시간 교대로 동네를 들여다본다.지난해 12월 피습을 당해 치료를 받은 조두순은 지난 2년 동안 10여 차례 외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두순의 아내만 2~3주에 한 번씩 장을 보러 집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했다. 자녀가 집 밖으로 나갈땐 어른이 꼭 동행한다고 했다. 주민 이모씨는 “조두순이 사는 빌라가 있는 골목에서만 몇 집이 이사했다고 들었다”며 “조두순이 전자발찌를 차고 있고, CCTV 설치 등 안전 대책이 강화됐다고 해도 주민 입장에선 한 동네에 성폭행범이 사는 것이 달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에 대해선 신상공개나 보호관찰 수준의 관리가 아닌 추가 격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이나 독일, 스위스 등에서도 재범 우려가 있거나 정신이상·인격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성범죄자는 형기 종료 후 입원 치료나 보호 시설에 수용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는 “재범 우려가 높은 범죄자는 형을 마쳤다고 해도 범죄자 개인에 대한 치료나 사회 보호를 위해 치료·보호 감호시설에 격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이럴 경우 이중처벌이나 인권침해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과거 재범 우려가 큰 범죄자를 수용하기 위해 청송보호감호소가 운영됐지만, 교화·갱생 효과가 작고, 이중처벌이라는 이유로 2005년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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