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롱민 교수는 불발 수류탄 폭발로 화상을 당해 얼굴과 턱이 녹아내린 10대 소년을 떠올렸습니다.베트남 백롱민 성형외과 교수 한국 의료진
“이제 우리 아기도 활짝 웃을 수 있겠죠?”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 108중앙군사병원에서 만난 황 티 티업은 22개월 난 아들 로 호앙 하이를 품에 안은 채 이렇게 말했다. 아기 얼굴을 내려다보는 엄마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 박깐의 시골 마을에 사는 모자는 한국 세민얼굴기형돕기회 의료진들이 의료봉사 온다는 소식에 5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달려왔다. 아기는 구순구개열을 갖고 태어났다. 입술이 인중까지 길게 갈라졌고, 입천장에도 균열이 있다. 아이에게 얼굴 기형은 단순히 미관상 문제가 아니다. 한창 말을 배울 때인데 발음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엄마는 “메, 보라고 또렷하게 말을 못한다”라고 전했다. 음식을 씹어 목구멍으로 넘기기도 어렵다. 귀에 물이 차올라 청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로의 수술은 세민을 이끄는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맡았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입술ㆍ입천장의 부드러운 조직을 손대야 하기에 수술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첫날 한국 의료진 방문 소식에 120명가량의 어린이 환자와 가족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어려운 형편에 수술을 받지 못해 장애를 안고 살던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구순구개열이 가장 많았고, 눈이 1mm도 채 떠지지 않는 선천성 안검하수 환자도 상당했다. 손가락이 서로 붙은 합지증 환자도 찾았다. 세민 의료진은 현지 의사들과 함께 문진ㆍ검사 등을 거쳐 수술이 가능한 어린이 70명을 추려냈다. 이튿날부터 5일간 수술실 3곳에서 하루 10시간 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최수련 분당서울대병원 마취과 전공의는 “앞서 다녀온 선배들이 ‘뜻깊은 봉사활동’이라고 말해줘 인턴 때부터 꼭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세민은 백 교수의 친형인 백세민 박사의 주도로 1989년 시작됐다. 초창기엔 국내 취약계층 어린이 치료에 매달리다 차츰 국내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백세민 박사가 1996년 은퇴한 이후 백 교수가 세민을 이끌었다.
세민 의료진은 방문 때마다 수술할 때 사용하는 마취기, 전기 소작기, 환자 모니터링 기기, 수술재료 등을 한국에서 실어와 현지 병원에 기증했다. 이번에도 14박스를 싣고 왔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에 베트남 의사 14명을 초대해 1년간 연수 기회를 줬다. 백 교수는 “물고기를 잡아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올해는 108병원에서 세민의 베트남 봉사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하노이시ㆍ인민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백 교수는 “고된 일정에도 선뜻 따라 나서준 동료ㆍ후배 의료진, 봉사단이 자리 비우는 것을 허락해준 병원 덕분에 가능했다”라며 “무엇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꾸준하게 후원해준 SK에 감사드린다”라고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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