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이네 시골살이 6] 임이 편히 저승에서 쉴 수 있도록 애써 눈물을 참는다
봄이 되니 정원은 아름다운 선물을 가득 안겨준다. 3월 말, 대문 앞에 있는 생강나무꽃을 시작으로 진달래꽃, 할미꽃, 4월에 접어들면서 앵두꽃, 금낭화, 무스카리, 목련꽃이 자기만의 색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침에는 터질 것만 같은 꽃망울이었는데, 잠시 뒤 돌아오면 살짝 꽃을 터뜨렸고, 또다시 찾아와 보면 예쁜 꽃이 피어있다.
이 찝찝함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김소월 시를 읽으면 임과의 이별 그것도 임의 죽음과 관련된 작품이 많다. 임의 죽음을 격정적으로 토로한 '초혼' 그리고 임이 죽은 뒤 잊지 못한 그리움을 노래한 '금잔디'가 있다. 그러면 '진달래꽃'도 임의 죽음과 연관 있지 않을까? 넷째 도막에서 시적 화자가 눈물을 참는 것은 죽은 사람을 편안히 저승으로 보내주기 위해서이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으로 간다. 그런데 이승에 남아 있는 사람이 너무 슬퍼하면 죽은 혼이 이승에 얽매여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 된다고 한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이다. 그러므로 죽은 혼이 저승에 편히 갈 수 있도록 애써 눈물을 참아야만 하는 것이다.수업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 읽기는 두 방식으로 했다. 기존의 읽는 방식대로 먼저 수업하고 아이들에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하도록 했다. 실망스럽게도 거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의 이러한 읽기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억지스러움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내가 읽은 방식으로 이 시를 읽기를 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이 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라고. 이 억지스러움은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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