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기부하고도 '사회에 갚으라'는 김장하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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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 기부하고도 '사회에 갚으라'는 김장하 어른 어른_김장하 이정희 기자

알음알음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큐가 있다. 공중파에서 방영된 적도 없다. 2022년 말 경남 MBC를 통해 방영되었고 유튜브를 통해 전편이 공개되었을 뿐인 다큐 . 눈밝은 이들이 찾아 서로서로 소개하며 꼭 보라 당부하는 작품이다. 2022년 5월말 김장하 어른이 운영해온 진주 남성당 한약방이 문을 닫았다. 그의 나이 79세, 미성년자라 한 해를 기다려 19살에 받은 한약업자 자격증과 함께 해온 세월이 막을 내렸다. 그와 함께 지난 30년간 운영되어오던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고 34억 원가량의 기금을 경상 국립대에 기증했다. 한약방이 문을 닫고, 남성문화재단이 해산되었지만 도저히 이대로 이 시대의 어른의 자취를 사라지게 할 수 없어 허락을 기다리지 않고 카메라가 돌아갔다. 도대체 김장하라는 분이 누구길래?

이제는 부산대 교양학부 교수로 있는 조해정씨는 역시 어른의 도움으로 성대 철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더는 학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장학금으로 공부는 안 하고 운동을 해서 죄송하다 말씀드렸다고 한다. 그러자, 어른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것 역시 국가봉사와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시며, 어떤 면에서는 더욱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라 하셨다고 한다. 그런 어른의 생각은 진주 사회 운동 전반에 미친 그의 영향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형평 운동, 아마도 독립 운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이름부터 생소한 운동일 것이다. 바로 '공평은 사회의 근본'을 주장하며 일제시대 최초로 사회운동을 벌인 백정들의 인권운동, 그 대표적 인물인 강상호의 묘가 진주 한 동산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독지가로 인해 묘지 주변이 다듬어지고 묘석까지 번듯하게 세워졌는데, 제작진이 추적하니 그 독지가가 바로 김장하 어른이었다.

형평의 취지를 오늘에 되살리고자 하는 어른의 생각은 오늘의 차별이 되는 곳이면 그 어느 곳이라도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직 '여성의 인권'을 말하는 것조차 어려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처음으로 진주 가정폭력 상담소를 여는 데 앞장섰으며, 거기서 더 나아가 가정 폭력 피해자와 자녀들의 재활을 위한 '진주 내일을 여는 집' 역시 김장하 어른의 지원 아래 탄생되었다. 그가 세운 명성 재단에는 교사 취업 관련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1. 친척은 안된다. 2. 돈을 받아서도 안된다. 3. 권력의 입김을 받아서도 안된다. 국회의원 지인이 교사로 채용된 걸 안 어른이 대번에 무효화하는 바람에 교육부 감사를 받기도 했었다. 어디 감사뿐일까, 청렴한 그의 재단 운영은 늘 풍전등화였지만, 오로지 한약방 하나, 그의 말처럼 비교적 깨끗하게 살아온 그의 이력이 그런 권력의 서슬을 피하게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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