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살던 한 화가가 있습니다. 생활고로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낸 그는 판자집 방 한 칸을 화실로 삼았습니다. 그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사흘에 한 번씩 편지를 정성스럽게 써서 보냈죠. 사랑이 담뿍 담긴 편지에는 재미있는 그림도 곁들였습니다. 아내에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긴 뽀뽀를 보내오’라며 사랑 표현을 아끼지 않았고, 아이들에겐
‘아빠는 하루 종일 가족들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며 ‘건강하게 기다려달라’고 당부했죠.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꼽히는 이중섭의 이야기입니다.
이중섭의 부인과 두 아들이 증기를 내뿜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고 있습니다. 이중섭은 두 팔을 벌려 가족을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죠. 오늘날의 대한해협을 당시 현해탄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들이 감기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어도 해줄 것이 없던 그는 두 아들이 복숭아를 가지고 놀고 있는 그림을 선물로 보내줍니다. 태성이 “아빠가 다정해서 정말 좋아”라는 말을 했다고 하자 ‘아빠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편지로 전하죠. “나의 야스카타, 잘 지내고 있겠지. 학교 친구들도 모두 잘 지내고 있니? 아빠는 잘 지내고 있고 전람회 준비를 하고 있어. 아빠가 오늘…엄마, 야스나리, 야스타카가 소달구지에 타고… 아빠는 앞에서 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 나라에 함께 가는 그림을 그렸어. 소 위에 있는 것은 구름이야. 그럼 안녕. 아빠. ㅈㅜㅇㅅㅓㅂ.”
표현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유채 물감으로 그렸는데도 마치 동양화 같은 효과가 납니다. 물기 없는 붓으로 문지르듯이 표현한 동양화의 ‘갈필’을 연상시키죠. 이중섭은 이처럼 의도적으로 서양화에 동양의 기운을 담으려 했습니다. ‘도원’에선 벌거벗은 아이들이 복숭아나무에 올라가 놀고 있습니다. 이중섭이 바라는 낙원은 헤어진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행복을 누리는 것이었겠죠. 이중섭은 이 그림에서 산을 주름지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치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에 등장하는 산과 비슷한 모양입니다. 이중섭의 작품에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소재가 조형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고려청자 속 아이들의 모습이나, 분청사기가 나타내는 질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거죠. 이중섭이 다닌 오산학교의 민족주의적 학풍이 그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오산학교는 3·1 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에 속하던 독립운동가 이승훈이 설립한 학교입니다.
여러 명의 인물이 작은 화면에 꽉 들어차게 새겨져 있습니다. 오른쪽 위에는 신문을 돌리는 아이가 있고, 대부분의 어른은 심각한 표정으로 신문을 펼쳐 읽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양담배를 감싸면서 접힌 선의 자국을 그대로 활용해 신문의 끝선이나 인물의 윤곽선으로 활용했습니다. 인물의 이마와 콧등, 볼 등에 유채로 살색을 살짝 더했습니다. 신문 그림에도 흰색이 가볍게 칠해져 복잡한 선적 구성에 질서를 부여했습니다. 이 작품을 포함한 이중섭의 은지화 3점은 현재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중섭은 대구에서도 개인전을 열었지만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혹평까지 받았습니다. 이중섭은 크게 실망했고, 영양부족으로 인해 신경쇠약 증세를 일으켰습니다. 그를 걱정한 친구들은 그를 대구 성가병원에 입원시켜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전쟁으로 아들 잃은 그녀…늙은 엄마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나를 그린 화가들]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피에타’를 본 사람 중 감탄하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것 같습니다. 성모 마리아가 죽은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슬퍼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이죠. 대리석에 인체와 옷 주름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피에타 도상을 따와 자신의 이야기를 한 작가가 있습니다. 전쟁으로 아들을
Read more »
거리를 전전하던 가출 청소년, 낙서 그림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다 [나를 그린 화가들]1980년대 미국 뉴욕, 말 그대로 ‘영 앤 리치(Young and Rich)’인 20대 청년이 있었습니다.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했고, 밴드에선 클라리넷을 연주했습니다. 훤칠하고 잘생겨서 꼼데가르송 패션쇼에 직접 모델로 워킹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표지 모델로도 유명해졌죠. 뉴욕의 한 클럽에서 DJ로도 활동했는데 춤도 잘 춰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Read more »
“친구 동생까지 불러서 한푼이라도 더 받자”...뭉칠수록 팍팍 준다는 상품 뭐길래은행 ‘같이 적금 상품’ 인기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가입하면 우대금리·각종 부가혜택 제공 재테크 커뮤니티 화제 된 상품 2명일땐 1.5%P, 30명은 3%P 여럿이 뭉칠수록 금리 더 높아
Read more »
“‘나를 따르라’ 한마디에 우르르 몰려간 개미”…시세조종 놀이터 된 ‘해외주식 종토방’증권사가 개설한 종토방서 검증 안된 종목 추천 속출 나스닥 전체 3411개 종목중 1달러 미만 동전주가 464개 시세조종 펌프질행위 빈발 증권사는 수익때문에 운영
Read more »
왕보다 막강한 대비? 이 드라마가 그린 권력 암투[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 MBN
Read more »
선물보따리 들고 밀월 나선 ‘이 남자’...알고보니 미국과 이간질 노린거였네엿새간 유럽 3개국 순방 시진핑 “佛은 서양문명 대표” 마크롱 “교역 상호주의” 화답 세르비아·헝가리도 방문 예정
Read more »